얼음값이 한달에 100만원…짓물러버린 채소 버리기도 부지기수
"더워서 견딜 수가 없어 양동이에 받은 물을 끼얹으며 장사하고 있습니다."
폭염경보가 발효된 9일 오후 2시쯤 대구 남구 봉덕시장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각종 채소·생선 가게, 식당,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시장 곳곳에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폭염에 바람이 오히려 뜨겁게 느껴졌다. 상인들은 수건을 머리에 얹은 뒤 물을 끼얹거나 부채질을 하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폭염 이겨내기에 여념 없었다. 이곳에서 40년간 내의 장사를 해 온 김모 씨는 "갈수록 날씨가 더워지다 보니 견디기 힘든 지경"이라며 "더운 날씨 탓에 손님도 거의 없지만 한 푼이라도 벌려면 안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매장 입구에 있는 냉장고에 얼음을 교체 중이던 생선 상인 이모 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17포대 정도의 얼음을 사용하고 있다. 한 포에 5천원꼴인 얼음 값만 한 달에 100만원 넘게 들어간다"며 "그렇다고 생선을 냉동고에 넣어 놓고 판매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에어컨을 틀어놓고 가게 안에 넣어 둘 수도 없는 데다, 미처 판매하지 못해 짓물러버린 채소를 손질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는 상황이 생겨 안타깝다"며 "힘들게 손질해 놓더라도 손님의 발길이 없다 보니 내일 또 얼마나 버릴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낮 최고 기온 36℃를 기록하는 등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날씨는 전통시장 상인들의 최대 적으로 불린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시장의 주 고객층인 노인들이 폭염에 발길을 끊으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와룡시장 인근 노점상에서 야채를 판매 중인 김모 씨는 "이만큼 힘들었던 것은 없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한 푼이라도 벌려고 나왔다"며 "조그마한 선풍기에 의지해 하루 종일 몇 만원 벌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주일 넘도록 장사를 하지 않고 있는 노점상도 있을 만큼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에어컨을 틀어도 채소와 생선 등 대부분의 가게가 내부보단 가판대 등 난전에서 손님을 맞는 전통시장 특성상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나마 있는 선풍기도 한여름 달궈진 아스팔트에 바가지로 물을 뿌린 격이라는 게 시장 상인들의 설명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여름은 전통시장에게 참 힘든 시기"라며 "전통시장은 냉방 시설을 갖추기 어렵다 보니 여름이면 고객의 발길이 뜸해지다 보니 체감·전망 지수가 하락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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