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AI] "주식 과외 좀 해줘"…AI 찾는 개미들

입력 2026-06-05 14: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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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아~ 이거? AI가 한 거야." 요즘은 증명사진도, 발표 자료도, 상사에게 보낼 메시지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어느새 AI는 사람들의 일상과 관계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 연재는 어려운 기술 설명보다, 그렇게 AI와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 사람들의 변화를 기록한다. 참고로 해당 지면의 사진과 그림 역시 AI가 만든다. 다만 사람을 만나고, 질문을 던지고, 끝까지 문장을 고민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 기자의 몫이다.

주식 공부를 하는 중장년 투자자의 모습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주식 공부를 하는 중장년 투자자의 모습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이건 왜 흔들린 거야?", "내 성향에는 이런 종목이 맞아?" 대구 동인동에 사는 주부 김은희 씨(가명·59)는 요즘 새벽마다 스마트폰으로 주식 차트를 캡처해 AI에 올린다. 빨간 동그라미와 메모가 빼곡한 화면 속에는 '갭 하락', '힘겨루기', '저점' 같은 단어들이 적혀 있다 늦은 새벽에도 AI는 곧바로 답을 내놓는다. "거래량이 줄면서 조정받는 흐름입니다", "장기 투자 성향이면 변동성이 큰 종목보다 ETF가 더 맞을 수 있습니다". 김 씨는 그 답변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다시 차트를 들여다본다.

코스피가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번에 돈 벌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주식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자 투자 공부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유튜브나 증권방송 대신, 생성형 AI를 '주식 과외 선생님'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 "주식 용어 덜 무서워져"

김 씨는 주식 초보였다. 차트도, ETF도, 배당도 모두 낯설었다. 반도체나 재무제표 같은 용어가 나오면 무슨 말인지 감조차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챗GPT는 질문 수준에 맞춰 설명을 반복했다. "ETF가 뭐야?" "배당은 언제 들어와?" "삼성과 하이닉스 차이가 뭐야?" "왜 AI 시대에 전력이 중요해?"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챗GPT는 단순히 종목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HBM(고대역폭메모리)부터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산업 흐름까지 하나의 흐름처럼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예전엔 주식 용어 자체가 무서웠는데 지금은 조금씩 이해하는 느낌"이라며 "사람한테 물어보면 민망한 질문도 AI한테는 계속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다. 검색엔진처럼 키워드를 입력하고 결과를 읽는 방식이 아니라, 이해될 때까지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실제로 김 씨는 "틀리면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고, 내 생각과 맞닿을 때까지 계속 질문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 씨는 과거 주식 리딩방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이후 한동안 주식 자체를 멀리했다. 하지만 챗GPT와 대화를 이어가며 조금씩 달라졌다.

김 씨는 처음에는 "정말 맞는 말인가" 의심하며 질문했지만, 반복적으로 공부하면서 최소한 왜 오르고 왜 떨어지는지를 스스로 생각하게 됐다. 그는 "예전에는 그냥 남 따라 샀다면 지금은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며 "지금은 적어도 왜 사는지는 알고 들어간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일부 사용자들에게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존 투자 시장이 전문가 중심의 폐쇄적인 언어로 움직였다면, AI는 초보 투자자들도 질문을 반복하며 시장 흐름을 이해했다고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 내 성향에 맞는 종목…맹신은 금물

그리고 이러한 질문과 답변은 휘발되는 게 아니다. 생성형 AI는 이전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관심사와 투자 성향을 조금씩 축적해간다. 마치 개인 과외처럼 작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과거 개인 투자자들의 공부 방식은 대부분 일방향이었다. 유튜브, 증권방송, 인터넷 카페, 종목 추천방, 지인 추천 등에 의존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계속 질문을 주고받으며 이용자의 이해 수준과 관심사를 따라간다. "네 성향에는 OO종목이 더 맞을 것 같아" AI는 질문자의 투자 성향까지 고려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는다.

생성형 AI의 투자 조언을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상황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생성형 AI의 투자 조언을 믿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상황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하지만 생성형 AI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화 동의대학교 e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생성형 AI가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더라도, 언어모델 특유의 확률적 성격 때문에 재무 지표나 리스크 지표 같은 정량 분석에 있어서는 여전히 신뢰도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신 정보가 반영되지 않거나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해 내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의 답변을 객관적인 정답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같은 질문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묻느냐에 따라 답변 방향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스나 산업 전망처럼 해석이 필요한 정보는 AI가 그럴듯하게 정리하더라도 실제 시장 흐름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AI를 '투자 판단을 돕는 참고 도구'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정동균 부경대학교 경영학 박사는 "현재의 AI 기반 분석 결과는 훌륭한 보조적 참고 자료로서 유용하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시장 상황에 대한 해석적 판단과 리스크 민감성에 대한 인간(투자자)의 분석이 병행되어야만 실효성 있는 투자 전략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