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공세에 국내 제조업 10곳 중 7곳 영향권

입력 2024-08-06 12:16:40

대한상의 조사 결과 매출·수주 영향 및 피해 가능성 기업 비중 70% 육박
수출기업 직접적 타격… 중국 업체 반덤핑 조사 올 상반기에만 6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신항에 수출용 차량이 수출품 선적 부두에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신항에 수출용 차량이 수출품 선적 부두에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저가 공세에 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매출이나 수주에 영향을 받거나 향후 피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2천228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27.6%가 '중국 제품의 저가 수출로 실제 매출·수주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현재까지 영향이 없으나 피해 가능성이 있다'는 기업도 42.1%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따른 피해는 국내 내수시장보다 해외 수출시장이 더 심각했다. 수출기업의 37.6%는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해 같은 응답을 선택한 내수기업(24.7%)과 큰 격차를 보였다. 향후 피해 영향이 적거나 없을 것이라는 응답의 경우 내수기업(32.5%)이 수출기업(22.6%)을 앞질렀다.

업종별로 보면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터리 업계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업종별로 '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을 살펴보면 2차전지(61.5%)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 전기장비(32.3%) 등도 전 업종 평균(27.6%)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반면 자동차(22.3%), 의료정밀(21.4%), 제약·바이오(18.2%), 비금속광물(16.5%), 식음료(10.7%) 등은 저가 공세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기업이 겪는 피해(복수응답)는 판매단가 하락(52.4%)과 내수시장 거래 감소(46.2%)가 가장 많았다. 해외 수출시장 판매 감소(23.2%), 중국시장으로의 수출 감소(13.7%), 실적 부진으로 사업 축소 및 중단(10.1%) 등의 피해도 발생했다.

국내 기업은 중국의 추가적인 저가·물량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복수응답)으로 고부가 제품 개발 등 품질향상(46.9%), 제품 다변화 등 시장 저변 확대(32.4%), 신규 수출시장 개척 및 공략(25.1%), 인건비 등 비용 절감(21.0%) 등을 꼽았다.

대한상공회의소제공
대한상공회의소제공

중국 경기 침체로 완제품 물량이 늘어나면서 밀어내기식 저가 공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 기간 소비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2020년 10월 6.94%에서 2022년 4월 20.11%로 급상승했다. 이후 중국 기업이 과잉 생산된 재고를 해외에 저가로 수출하며 재고율은 지난해 11월 1.68%까지 떨어졌으나, 경기 둔화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올 상반기 기준 4.67%로 높아졌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우리 기업이 해외 수입품에 대해 신청한 반덤핑 제소 건수가 통상 연간 5∼8건인데 비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6건이 신청됐다"며 "글로벌 통상 분쟁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기조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