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스포츠 스타가 명멸(明滅)한 이번 올림픽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유도 여자 대표 팀 허미미(21·경북체육회) 선수의 수상 인터뷰였다. 우승 뒤 시상대에서 부르려고 애써 외운 애국가를 못 불러서 아쉽다는 소감이 찡했다. 그는 재일 교포 3세다.
6일 5대 조부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 기적비(紀跡碑·경북 군위군 삼국유사면)를 참배한 그의 첫 메달은 극적 요소가 많았다. 결승전 상대는 일본계 캐나다 선수였고, 석연찮은 판정패였다. 일본 기자들은 한국 국적 선택에 대해 집요한 질문 공세를 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여검객 올하 하를란의 분투(奮鬪)는 버금가는 감동이었다. 앞선 대회들에서 이미 금·은메달을 목에 건 그는 개전 이래 자국의 첫 메달을 따낸 뒤 "조국을 위하여"라며 울먹였다. 그는 러시아 선수와의 악수 거부 사건으로 파리에 오지도 못할 뻔했다.
모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나서면 특별한 감정이 드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리라. 그런 경험을 할 기회가 없는 한국인에게 '국뽕'이 차오르는 무대를 꼽으라면 아마 독도라는 응답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시인 고은이 노래한 대로 "그 누구에게도 끝내 고향"인 그곳!
올림픽의 감동과 환희에 묻혀 크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국방부는 지난 1일 군 정신전력 교육교재를 보완해 새로 내놓았다. 독도를 영토 분쟁지역으로 표현하고, 한반도 지도에 독도를 넣지 않아 질타받은 지 8개월 만이다. 다만 기존과 달리 집필·감수진 명단은 뺐다.
눈에 띄는 점은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이다. "왜곡된 역사 인식과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지난해 교재에는 "신뢰 회복을 토대로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 협력과 동반자적 관계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만 돼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니다. 일본이 방위백서에서 20년째 억지 주장을 펴고, 각료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도 늘 '강력한 항의'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 전시 공간에 '강제성' 표현이 담기지 않아 불거진 용인(容認)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는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때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뜨거웠다. 일본 시마네현(島根県) 의회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안을 가결했던 2005년 3월도 그랬다. 곳곳에서 일본 규탄 대회가 열렸고, 정부는 입도(入島) 완화 조치로 독도로 가는 길을 활짝 열었다.
당시 이의근 경북도지사와 허준영 경찰청장,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독도 방문을 취재했던 기자는 독도가 국민 품으로 온전히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독도를 찾는 민간인 편의 시설은커녕 접안 시설 보강마저 매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독도에 오를 수 있는 날이 연간 60일 안팎에 그치는 원인이다.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보여 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관광 활성화일 것이다. 이는 외교적 부담에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무책임 행정으로는 불가능하다. 도대체 우리 땅을 찾아가는 게 음덕(陰德)을 쌓고 하늘에 기도해야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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