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경기침체 공포 '증시 폭락'…최악의 블랙먼데이

입력 2024-08-05 19:08:39 수정 2024-08-05 20:18:49

코스피 9% 코스닥 11%↓…사상 최대 낙폭 사이드카 발동
美 금리 인하 실기·중동 정세 ‘복합 악재’ 시장 불안감 확산

5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88.05p(11.30%) 내린 691.28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5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88.05p(11.30%) 내린 691.28로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찾아온 데다 일본의 금리 인상에 따른 슈퍼 엔저 종료 판단,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실망 등까지 겹치는 복합 악재가 작용, 전 세계 유동성에 공포 심리가 찾아오면서 5일 국내외 주식시장이 폭락장을 나타냈다. 오는 9월 미국이 금리를 내리겠다는 메시지를 던져 놨지만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실물경제지표 부진에다 최근엔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시장 불안감은 확산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떨어진 2,441.55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230p 이상 내려앉은 건 증시 개장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691.28로 전 거래일 대비 88.05(11.30%)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코스닥 선물지수 급락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정지)도 발동됐다. 오전 11시쯤 코스피200 선물지수에 대한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정지됐고, 오후 1시 5분쯤에는 코스닥150 선물 가격과 코스닥150 지수 변동으로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연달아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경기침체 우려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번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체감경기 지표 중 하나인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가 전월 대비 1.7p 감소한 46.8로 나타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시장 예상치이자 전월 수치(4.1%)를 웃도는 4.3%로 나왔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를 포함한 주요 주가지수도 급락했다. 2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346.56을 기록하며 전장 대비 100.12(1.84%)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도 39,737.26으로 610.71p(1.51%)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16,776.16으로 417.98p(2.43%) 내려앉았다.

일본 증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51.28p(12.4%) 급락한 31,458.42에 장을 마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보다 기준금리 인하를 늦추면서 경기 불황 우려가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적절한 인하 시기를 놓친 탓에 '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 상황)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연준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일찍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어리석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침체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미국 금리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조기에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쇄적으로 하락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민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연준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물가가 완전히 안정됐다'는 신호가 뚜렷하지 않아 금리 인하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올해 금리를 내릴 거란 예상은 팽배한데 이르면 다음 달쯤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날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을 열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