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년들의 삶은 부모 세대보다 더 혹독하다. 긴 세월을 월·전세로 살아야 한다. 퀴퀴한 반지하에서, 때론 햇빛 과도한 옥탑방에서.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은 남북통일만큼 아득하다. 그래서 청년 세대를 '제너레이션 렌트'(Generation Rent·평생 세 들어 산다는 뜻)로 부른다. 제너레이션 렌트는 지구촌 공용어(公用語)다. 한국에선 이를 '민달팽이 세대'라고 한다. '껍데기 집'이 없는 민달팽이를 빗댄 조어다. 민달팽이는 존재 자체가 너무 애처롭다.
민달팽이 세대는 소득으로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주거 임차료를 부담하기도 버겁다. 20대의 70~80%가 '월세 살이'를 한다. 일해서 번 돈에서 상당액을 월세로 낸다. 모든 청년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 부모에 따라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FM은행'(Bank of Father & Mother)의 무상원조(無償援助)를 받는 청년들은 예외다. 이들은 학자금 대출 없이 'FM장학금'(부모님이 주는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니기도 했다. 반면 '흙수저'들은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에서 쓴맛부터 맛본다.
봉급생활자가 자가(自家)를 마련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지난 2월 부동산시장 분석 업체 '부동산인포'가 발표한 자료를 보자. 이 자료의 '소득 대비 아파트값'은 국세청의 '시·도별 근로소득 신고 현황'을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시세'(지난 12월 말 기준)로 나눠 계산한 것이다. '소득 대비 아파트값'의 전국 평균은 10.7배였다. 지역별로 소득과 아파트값이 다르니, 시·도별로 이 수치의 차이는 크다. 서울 22.5배, 경기 12.1배, 부산 10배, 대구 9.1배, 대전 8.2배, 광주 7.3배 순이다. 즉, 서울에서 '평균 아파트'를 사려면 '평균 근로자'가 22년 6개월간 봉급을 몽땅 털어 넣어야 한다.
지방 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이 비수도권 월셋집에 독립해 사는 19~34세 미혼 청년의 월세 부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월 소득에서 임차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30% 이상인 가구가 전체의 24.1%였다. 청년 가구 넷 중 하나가 월세 부담이 과도한 '주거빈곤층'(住居貧困層)인 셈이다. 원룸에서 돈을 모아 둥지를 넓혀 가는 '주거 사다리'에 오르기 벅찬 상황이다.
이러니,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다. 청년들에게 저축은 꿈이다. 앞서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은 평균 월 192만원을 벌어 115만원을 생활비로 썼다. 청년 가구의 절반(49.6%)은 평균 자산이 1천만원 미만이었다. 이마저도 상당액은 월세 보증금이다. 전체의 60.8%가 300만원 이상을 보증금으로 냈다. 대부분 청년들은 비(非)아파트(84.6%)에 거주했다. 이 가운데 원룸이 70.9%로 가장 많다. 특히 10명 중 7명은 법정 최저주거기준(最低住居基準) 이하의 집에서 산다. 이런 현실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결혼을 꿈꾸겠나.
더 암울한 상황은 주거 사다리의 붕괴다. 목돈이 없는 청년과 서민들은 반지하·옥탑방·원룸에서 시작해 빌라를 거쳐 아파트로 '주거 상향(上向)'을 희망한다. 그러나 '전세 사기' 여파가 주거 사다리를 끊고 있다.
전세 보증금 회수가 걱정되는 세입자들은 빌라 계약을 꺼리거나, 월세를 선택하고 있다.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월세는 지난해 4월부터 상승세를 보인다. 빚을 더 내서라도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 한다. 이 바람에 주거비 부담은 더 늘어난다. 바닥을 기는 민달팽이가 가련(可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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