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이제 야당도 나서야 한다

입력 2024-07-31 06:30:00

의대증원으로 불거진 의정갈등이 반 년이 지나도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를 통해 정상화를 모색하기 보다는 모두 각자의 길을 가자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전원 사직처리 하고 하반기에 전공의 모집을 다시 하라고 함으로써 의정갈등 국면에서 조금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내비쳤을뿐만 아니라, 특히 2025학년도 의대 입시안은 이미 발표가 됐고 수험생들이 그에 맞춰 입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한다.

반면에 의료계는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부와의 어떠한 대화나 타협도 거부하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 정부나 의료계 어느 한 쪽이 백기투항을 하지 않는 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운 형국이 되었다.

의정갈등으로 빚어진 진료차질로 인해서 많은 환자들이 병원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환자는 생명의 위험마저 느끼고 있기 때문에 하루속히 이 문제가 해결돼서 모든 진료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것이 온 국민의 간절한 마음일 것이다. 더군다나 이 문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 누구든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발벗고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선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전공의 이탈 후 진료수익 감소로 매월 수십~수백억의 적자를 내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였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고, 심지어 급여 지급을 중단하거나 희망퇴직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대학병원은 경영난으로 인한 파산설까지 돌고 있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만약 대학병원이 파산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파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의과대학 측 사정을 보면 앞이 더욱 캄캄하다. 학생들이 이번 학기에 거의 수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칙 대로 하면 전원 유급을 피할 수 없다. 유급을 하는 경우에는 내년에 다시 등록금을 내고 전체 과목을 재수강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휴학계를 내었기 때문에 유급이 아닌 휴학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 그러면 내년에 등록금을 다시 내지 않고 그냥 복학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교육부가 휴학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동맹휴업은 휴학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 대학이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증원된 신입생이 입학하게 되면 복학생과 신입생이 같은 교실에서 공부해야 하는데, 갑자기 늘어난 그 많은 학생들을 어떻게 제대로 공부시킬 수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의료의 질을 보장하는 엄격한 학사관리가 생명인 의학교육을 이렇게 형해화시켜도 되는가?

의정갈등으로 인하여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진 지가 반년이 넘었는데도 이 문제에 대해서 야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필자의 눈에는 이런 혼란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의사 대폭 증원을 주장하던 인사가 야당의 비례공천을 받아 현직 국회의원이 되었으면 현 정부의 의사증원정책을 지지하는 제스처라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국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수권정당을 표방하는 야당다운 모습이 아닌 것 같다. 이제야 말로 거대 야당이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집권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더군다나 의대증원은 대통령과 야당대표 회담의 합의사항이기도 하기 때문에 야당이 중재자로 나선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 같기도 하다. 야당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최재갑 경북대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