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暴炎)만큼 뜨거웠던 이슈는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청문회'였다. 여야 공방보다 이목을 끈 건 증인으로 불려 나온 최재영 목사다. 정치인, 기관장도 아닌 종교인이 국회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 목사도 세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종일관(始終一貫) 꼿꼿함을 유지한 답변 자세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상황을 잘 알아보고 질문하시라' '그런 (하찮은) 질문으로 국정 농단 사실을 종북 몰이 프레임으로 덮으려 하지 마시라'는 등 그의 고압적인 자세는 보는 이들을 당혹게 했다. 답변 태도를 지적하는 한 여당 의원에게 "거 옆에 젊은 의원님, 자꾸 반말하고 소리 지르는데, 그러지 마세요!"라고 호통치는 대목에선 누가 증인이고 누가 청문위원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흐트러짐 없는 그였으나 남북 지도자에 대한 그의 편견(偏見)에 있어서만큼은 대중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는 한 여당 의원이 '김정일과 김일성이 과로사로 죽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가'라고 묻자 주저 없이 답했다. "김일성 주석은 단군릉(檀君陵)을 건설하고 김영삼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과로사로 운명했고, 김정일 위원장은 현지 지도를 하다가 기차 안에서 운명했다"고. 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선, 자신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전달한 전통주가 폐기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절대 그런 걸(고급 전통주) 그냥 버릴 분이 아니다"며 마신 것을 확신했다. 두 상황 모두 최 목사가 직접 목격하지 않은 내용이다. 북에 대해선 북한의 관영통신이 보도한 내용을 철석같이 믿은 반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에겐 한낱 '술꾼'이었던 셈이다.
삐딱한 사고로 거친 발언을 쏟아 내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로 '배설 커뮤니케이션' 원리를 드는 이들이 많다. 극단적 지지층의 욕구만 대변할 수 있다면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추앙받을 수 있기에, 적대 세력을 향해서는 배설에 가까운 언변을 거침없이 쏟아낸다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조선일보에서 나를 깔수록 지지층 내 인기가 올라가고 후원금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조선이 나를 더 까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맥락과 유사한 논리다.
배설에 열광하는 이들이 사회 주류로 성장하거나 세력을 확장한다면 배설의 강도와 욕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민주당 대표 경선(競選)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항마로 나선 김두관 후보가 "지금 민주당에선 민주가 사라지고, 다양성이 상실되고,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하자,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공개 사과를 촉구했고, 김병주 최고위원 후보는 "개딸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사람은 시대의 변화를 못 읽는 사람"이라고 협공했다. 친이계의 조리돌림에 수치심을 느낀 김 후보는 행사장을 박차고 나갔으나 그의 뒤통수에 꽂힌 것은 야유와 욕설뿐이었다. 현장의 군중은 배설을 원했으나, 그런 욕구를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최재영 씨는 목사 업무와 관련이 없는 언더커버를 자처했다. 무리한 폭로(暴露)를 통해 어떤 세력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을지 의문이다. 기독교계가 집단으로 최 목사의 제명을 요구하고 나섰기에, 그의 '배설'로 기뻐하는 이들은 교인들은 아닌 듯싶다. 그렇다면 그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북일까 남일까, 진보일까 보수일까? 최 목사의 불법 혐의를 조사 중인 공신력 있는 기관의 최종 결과 발표가 사뭇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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