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정산(精算) 지연 사태는 허약한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티몬과 위메프는 매년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해 왔다. 두 업체 모두 자본잠식 상태였고, 2022년 기준 티몬의 결손금(缺損金)은 1조2천644억원, 지난해 위메프의 결손금은 7천560억원이었다. 결손금은 영업 중 발생한 누적 손실액이다. 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을 잃었지만 지금껏 돌려막기로 연명(延命)했다는 말이다. 다른 경쟁업체들도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11번가와 컬리, G마켓 등도 연간 500억~1천억원가량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저가 상품을 내세운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등장으로 국내 업체들은 더 곤경에 처하게 됐다.
위메프가 지난 8일 400곳가량의 판매자에 대한 대금 지급을 일시 중단했을 때만 해도 정산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정작 문제는 티몬에서 터졌다. 재무구조가 훨씬 약한 티몬은 '판매대금 돌려막기'로 간신히 정산일을 맞춰 왔는데, 위메프 사태를 본 중대형 판매자들이 잇따라 티몬에서 탈퇴하면서 돌려막기도 불가능한 상황이 됐고, 결국 보름 새 월평균 거래액 6천억원대인 티몬과 3천억원대인 위메프가 무너진 것이다. 조짐은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모기업 큐텐이 일부 판매대금 정산일을 못 맞췄고,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구조가 불안하다는 소식도 나돌았다.
결국 이커머스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들의 연쇄 도산(倒産) 우려가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가 소비자 환불 후 소상공인 판매대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중소업체의 자금 정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커머스를 통해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면 대금 지급까지 2개월가량 걸리기도 하는데, 지금은 정해진 날에 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마저 깨졌다. 내수 침체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의 근심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융자)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나면 정확한 원인 파악과 책임자 추궁(追窮)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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