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두고 호텔 숙박비 천정부지
에어비앤비 등 민간 서비스도 고비용
"물가는 오르고, 통제는 많아 영업에 지장이 크죠."
'올림픽 특수'야 있겠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닌 듯하다. 한국에서 상인들이 명절 대목을 노리듯 프랑스 파리에서도 올림픽 대목을 꿈꿨던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파리의 호텔 가격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솟았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최근 앞다퉈 이런 현상을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파리 호텔의 하루 평균 객실 요금은 올림픽 전체 기간(7월 26일~8월 11일) 동안 380유로(약 58만원).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223유로(약 33만원)보다 70% 이상 오른 금액이라고 했다.
온라인을 통해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파리 시민들이 자신의 숙소를 외지 관광객들에게 내주는 가격 역시 덩달아 올랐다. 최근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기간 파리 지역의 평균 에어비앤비 숙박 비용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배가량 올랐다.
실제 기자도 파리 현지 취재를 위해 잠 잘 곳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대한체육회에서 지방 언론사에 일찍 안내를 해주지 않은 덕분에(?) 미디어를 위해 준비했다는 호텔은 일찌감치 숙박 신청이 끝난 상황. 일반 호텔을 검색했지만 손가락만 아플 뿐이었다.
결국 숙박 공유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는데 숙소 가격이 정말 '사악'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6층 방이 우리 돈으로 1박에 200유로(약 30만원)가 넘었다. 그래 놓고는 '파리 시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옛 하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란 홍보 문구를 붙였다.
일단 주로 일하는 장소인 메인프레스센터(MPC) 인근의 숙소를 찾는 게 급선무. 문제는 MPC가 평소 컨벤션센터로 쓰는 팔레 데 콩그레(Palais des Congrès)였고, 그곳은 그 유명한 개선문 부근에 있다는 점이었다. 주요 관광지 인근이다 보니 주변 숙소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1박에 300유로(약 45만원) 이상 들여야 했다.
적지 않은 파리 시민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에어비앤비 플랫폼에 가입했다고 한다. 파리에서 올해 1분기 운영 중인 에어비앤비 숙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파리의 호텔 가격이 급상승하고 파리의 숙박 인프라가 부족해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프랑스관광청은 올림픽 기간 파리를 찾는 이들이 최대 1천600만명이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이 추산한 파리 호텔 객수는 8만5천여개. 민간 숙소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기대했던 수익은 거두지 못할 모양이다.
프랑스의 컨설팅 업체 'MKG' 등에 따르면 애초 파리 호텔업계의 기대와 달리 숙박 예약률이 높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너무 비싸 고객들이 외면했다는 것이다. 실제 현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콜택시를 운영한다는 교민이 들려준 얘기도 비슷했다.
40대 교민 A씨는 올림픽 특수를 생각하기 어렵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올림픽 때문에 물가가 너무 올랐다. 게다가 보안을 이유로 이곳저곳 통제가 심해 다니기 참 불편하다. 적지 않은 파리 시민들이 지방이나 외국으로 휴가를 떠나버렸다"며 "호텔에서 일하는 지인은 최근 숙박하는 관광객이 기대에 못 미쳐 숙박비를 다시 내리는 형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파리에서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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