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과 박물관 관람 위해 파리 찾은 여행
여행 일정 사이 기자와 잠시 동행하며 대화
강 씨, "올림픽 탓에 불편해도 낭만 있는 곳"
"물가는 사악하고 여러모로 불편했죠. 그래도 다시 한 번 와보고 싶군요."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는 많은 이들이 여행을 꿈꾸는 곳이다. 강대국이란 '잘난 맛'에 산다는 미국인들도 파리에는 환상을 갖고 있다고들 하지 않던가. 미국이 자랑하는 작곡가 조지 거쉰은 1928년 '파리의 미국인'이란 곡을 썼다. 최근엔 '에밀리, 파리에 가다'란 TV 드라마도 나왔다.
파리에선 콧대 높은 미국인들도 '촌놈'이 된단다(물론 파리 사람들이 뉴욕에 가면 또 다를 테지만). 그런 곳이 파리다. 파리에서 올림픽 취재 중 만난 대구 아저씨들도 파리의 향기에 취해 집에 간다고 했다.
40대 후반인 강경호 씨는 친구 이진훈 씨와 함께 6박 7일 일정으로 파리를 찾았다. 마침 파리에 출장을 온 친구 덕분에 고민하던 숙소 문제는 해결했다. 대구 아저씨들이 관광객의 눈으로 본 파리와 파리 올림픽 분위기는 또 다를 듯해 이들의 여행기를 들었다.
험한(?) 인상과 달리 내성적인 진훈 씨 대신 경호 씨와 주로 말을 나눴다. 경호 씨는 "난생 처음 파리에 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파리의 유명한 미술관과 박물관을 돌아보는 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7월 25일 도착해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파리 시내 구경에 나섰다. 마침 개막식이 있는 날이라 주요 시설이 휴관인 데다 센강도 전면 통제된 게 아쉬운 부분. 잠시 동행한 기자 역시 취재 인증 카드가 있었지만 이동하기 어려웠다.
경호 씨는 "에펠탑에 가까이 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인근에서 경기가 열리는 탓에 접근을 막았다"며 "무료 화장실을 찾기 쉽지 않다는 말도 실감났다. 카페에서 콜라 작은 병 2개를 시키고 화장실을 급히 들렀다. 7유로(약 1만500원)나 주고 콜라를 마시자니 화장실을 다녀왔는데도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일행이 먼저 정한 목적지는 올림픽 경기가 벌어지지 않는 파리 북동쪽 몽마르뜨 언덕과 샤크레쾨르 성당. 몽마르뜨 언덕을 거쳐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목 곳곳엔 다양한 피부색과 옷차림을 한 관광객들이 몰렸다.
경호 씨는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랐다. '파리지앵'이 된 것처럼 노천 카페에서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한잔 마셔봤다"며 "흉내는 아무나 내는 게 아닌 모양이다. 전형적인 한국인이라 그런지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절실했다. 그런데 파는 곳이 보이질 않았다"고 웃었다.
이들은 한국에서 미술관과 박물관을 좀 더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뮤지엄 패스' 4일권(약 11만원)을 미리 구입, 주요 명소를 훑었다. '스테인드 글라스'가 유명한 생뜨 샤펠 성당, 빈센트 반 고흐 등 인상주의 작가들의 유명 작품이 많은 오르세 미술관을 찾았다. 루브르 박물관에선 '유리 피라미드' 인증샷을 찍은 뒤 모나리자 그림도 챙겼다.
경호 씨는 "프랑스 사람들이 조상을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웠다"면서도 "루브르 박물관은 너무 크고 볼 게 넘쳐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모자랐다. 몸도 피곤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여행자라면 권하기 쉽지 않겠다"고 했다.
주로 걸으며 파리 시내를 누빈 일행에겐 보행 환경도 낯설었던 부분. 경호 씨는 "다들 교통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게 신기했다. 올림픽 때문에 거리 곳곳에 깔린 경찰들도 제지하지 않았다"며 "신호를 지키는 나만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다들 알아서 길을 잘 건넜다. 다만 이방인인 노약자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일행은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며 개선문도 들렀다. 거대한 공동 묘지 '페르 라셰즈'에선 전설적인 밴드 '도어스'의 보컬 짐 모리슨, 재능이 빛났던 작가 오스카 와일드, 프랑스의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묘도 돌아봤다.
경호 씨는 "에어컨이 없는 건 힘들었다. 습도가 낮아 한국, 특히 고향 대구보다 시원하긴 하지만 여름은 여름인지 뙤약볕이 너무 따가웠다"며 "그래도 낭만을 느끼러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곳"이라고 전했다.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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