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2024년 세법개정안' 발표·15개 법률 개정안 마련
국회 문턱 넘어야 확정
상속세 최고세율 10%P 인하…금투세 폐지·코인 과세 유예
결혼세액공제 100만원 신설
세수 5년간 4조4천억원 감소…‘부자 감세’ 논란 불거질 조짐
기재부 “경제 선순환 측면도”
정부가 상속세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p) 낮추고, 구간별 세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과세표준(과표) 조정을 추진한다. 자녀공제액은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세율, 과표, 공제까지 25년 만의 전면 개편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이번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부동산 시장을 고려해 우선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 상속세 전면 완화, 세율·과표 조정
기재부는 경제 역동성, 민생경제 회복, 조세체계 합리화, 납세자 친화적 환경 등 네 가지를 목표로 잡고 모두 15개 법률(내국세 12개·관세 3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첫 번째 쟁점은 상속세 개편이다. 물가, 자산가격 변화를 반영하고 조세체계를 합리화하는 차원에서 세율과 과표, 공제를 모두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과표·세율이 조정된다면 2000년 이후 25년 만에 개편이 이뤄지게 된다.
현재 ▷1억원 이하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30억원 초과 50%인 세율을 ▷2억원 이하 10% ▷2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원 초과 40%로 조정하기로 했다. 10% 과표구간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고 30억원 초과 50% 구간을 없애겠다는 얘기다.
자녀공제는 현행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상향하기로 했다. 배우자공제 5억~30억원(법정 상속지분 한도), 일괄공제 5억원은 현행대로 유지한다. 상속세 공제는 배우자공제와 별도로 자녀공제(기초공제 2억원 포함)와 일괄공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자녀 6명까지는 일괄공제액을 넘을 수 없어 사실상 자녀공제 실효성이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은 향후 5년에 걸쳐 약 4조4천억원의 세수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올해 국세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실적 호조, 투자촉진 등의 정책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 세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종부세 개정안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종부세 추가 완화를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최근 부동산시장 움직임을 고려,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종부세는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고, 지방세에 미치는 영향 또는 재산세와의 관계 등의 고민이 필요하기에 이번엔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국내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폐지를 추진한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얻는 소득이 5천만원을 넘기면 20%, 3억원 초과 시 25%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국가 간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금투세를 시행하면 해외로 자금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도 2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을 부과할 예정이었다. 앞서 과세 체계,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지난 2023년 1월에서 2년 유예한 사안을 한 번 더 미루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결혼 장려 인센티브의 하나로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신혼부부 1인당 50만원, 최대 100만원을 세액공제한다는 방침이다. 신혼부부 1세대 2주택자 세제 특례, 기업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주택청약종합저축 세제 지원 확대, 자녀세액공제 첫째 15만→25만원, 둘째 20만→30만원, 셋째 30만→40만원 확대 등의 조치도 세법 개정안에 담았다.
세제 당국은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내년부터 향후 4조3천515억원(전년 대비 기준 순액법)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상속·증여세가 4조565억원, 소득세가 4천557억원, 법인세가 3천678억원 각각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부가가치세는 3천565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세부적으로는 상속세 과표 조정으로 5천억원, 최고세율 인하로 1조8천억원, 자녀공제 확대로 1조7천억원이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수 감소분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 논란이 불거질 여지도 있다.
최 부총리는 "세수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단기 등락을 반복하는 것이고 조세정책은 중장기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25년간 고쳐지지 않은 상속세제를 개편하는 것으로, 단순히 부자 감세보다는 경제의 선순환 측면으로 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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