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신문고(申聞鼓)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국민청원)'이 '아무 말 대잔치'나 마찬가지의 난장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세(勢)를 규합해 정치적 반대파 제거와 무안 주기 용도로 오용(誤用)되면서 소외된 목소리를 의정(議政)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청원의 본래 취지는 사라졌다. 특히 정치적 목적으로 급조된 청원 범람은 위험 수위다. 급기야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해임 요청에 관한 청원'으로 모자라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에 관한 청원'까지 등장했다.
정치적 목적이 뻔히 보이는 청원에 민주당이 기다렸다는 듯 화답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나 마찬가지다. 여야의 책임 당원 수를 감안하면 국회법이 규정한 처리 요건인 '청원 30일 내 5만 명 이상 동의'는 얼마든지 채울 수 있다. 국회 청원은 한쪽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치적 공격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야당 주도로 열린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가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국민청원에서 시작된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가 국회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입에 발린 말이다. 정치적 목적이 명백한 사안까지 국민청원으로 수용하는 것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일탈이다. 국민청원은 이미 대통령 탄핵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손질하는 게 우선이다. 불안정한 시스템을 악용하려 드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 볼 수밖에 없다. 26일로 예고된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도 청문회 본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목적과 의도가 불순하기 때문이다. 그런 불순함은 150만 명에 가까운 청원 숫자를 범국민적 탄핵 신호탄인 양 확대 해석하는 데서 잘 묻어난다. 국민청원은 이런 정략에 쓰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스토킹 범죄 피해 대책 청원 등 민생과 직결되는 요청은 뒷전에 밀려 있다. 민주당이 국민청원을 코미디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그와 비례해 우리 정치 수준도 그만큼 저질화되고 있다. 이런 꼴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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