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황석선 대구 중구보건소장 "주민이 편한 공공의료 위해 최선"

입력 2024-07-21 14:00:14 수정 2024-07-21 17:46:54

중구 곳곳 건강 특파원 파견

황석선 중구보건소장이 몬스터 커피에서 휴대폰으로 컵홀더에 있는 QR코드를 찍고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황석선 중구보건소장이 몬스터 커피에서 휴대폰으로 컵홀더에 있는 QR코드를 찍고 있다. QR코드를 찍으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콘텐츠가 휴대폰에 뜬다.

#1 동네 정육점 주인이 한 노인을 유심히 관찰한다. 얼마 전부터 계산하는 모습이 영 서툴기 때문이다. 주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말을 건넨다. "어르신 치매 검사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어때요?"

#2 잦은 회식과 업무 스트레스로 부쩍 피곤함을 느낀 한 청년. 커피를 구입하다 컵홀더에 찍힌 QR 코드를 발견한다. 휴대폰을 갖다 대니 건강 안내가 촤르르 펼쳐진다. "심뇌혈관질환 콘텐츠로 연결 됩니다"

#3 횡단보도를 건너던 흡연자의 눈에 '금연 약국'이 들어온다. 횡단보도 몇 곳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다는 소식에 착잡해 하던 와중이다. 약국에 들어서자 약사가 말한다. "벌금 그만 내시고 이 참에 금연 어떠세요"

대구 중구 곳곳에는 건강 특파원이 있다. 동네 어르신들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가게 주인, 건강 정보를 편리하게 알려주는 QR코드, 흡연자를 도와주는 금연 약국 약사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파원을 파견 시킨 것은 다름 아닌 대구 중구 보건소. 황석선 중구보건소장은 말한다. "우리 중구는 보건소까지 와야 건강 정보를 알려 드린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동네 곳곳, 일상 속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알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구보건소는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치지 않고 금연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횡단보도 근처 약국을 금연약국으로 지정하고 흡연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그 사업의 일환이다.
중구보건소는 흡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치지 않고 금연으로 유도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횡단보도 근처 약국을 금연약국으로 지정하고 흡연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이 그 사업의 일환이다.

-주민들이 함께하는 건강한 동네가 인상 깊다.

▶우리 중구를 건강 마을로 바꾸고 싶었다. 거기에는 보건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동참도 꼭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식육점이나 보청기 회사 등 어르신들이 자주 가는 곳들과 협약을 맺고 이 가게들을 어르신들을 관찰하는 치매안심가맹점으로 지정했다. 가족들 보다도 자주 만나는 것이 동네 주민들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서로의 건강을 챙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로나를 겪으며 친숙해진 QR코드를 보건 업무에 적용하고 싶었다. 그래서 몬스터커피와 MOU를 맺고 컵홀더와 카페 곳곳에 QR코드를 심어 심뇌혈관 질환 예방법에 대해 구민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금연 약국도 비슷한 맥락이다.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금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고, 계도 기간이 끝나면 금연구역이 되는 횡단보도를 활용해 주변에 있는 약국을 금연 약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서 흡연자들은 금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중구는 전국에서 금연 1등이다.

-중구 보건소장으로는 2017년부터 근무하셨지만, 보건소에 근무한 것까지 따져보니 20년차더라. 그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나와 감염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던 것 같다. 몇 가지를 꼽자면 우선 2006년 대구 한 어린이집에서 나온 감염병 1급 세균성 이질이다. 그때 어린이집 아이들 80여명을 검사하는 일을 맡았는데 체중이 20kg나 빠졌었다. 부모들의 불안을 가라앉혀야 했고, 아이들도 관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2015년엔 메르스가 있었는데 그때 대구 남구에서 1호 환자가 나왔고, 그 환자와 같이 근무했던 의심환자를 전담하는 일을 맡았었다. 대구 1호였고 하니 아파트 주민들이 난리가 났었다. 왜 저런 사람이 우리 아파트에 지내야 하냐는 거다. 그때 전담 의사로 격리자와 함께 지내며 그의 심신을 관리하는 일을 했으며 아주 가까이서 전염병을 지켜봤던 것 같다.

코로나19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황석선 중구보건소장
코로나19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황석선 중구보건소장

-그야말로 감염병의 최전선에 계신 것 같다. 코로나 때도 인상 깊게 봤다.

▶코로나 시기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당시엔 백신을 빨리 받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대구가 권역 예방접종센터에 떨어졌었다. 백신을 직배송으로 못 받고 다른 권역 센터를 통해 받아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구는 신천지발 확산으로 여느 지역보다 코로나가 심각했다. 그래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동산병원에 가서 공간을 내어달라 부탁했고, 병원 뒷공간을 빌려 그 곳에 예방접종센터를 개소했다.

그렇게 공간을 준비해놓으니 행안부 장관도 놀라더라. 대구로 바로 백신을 보내도 되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화이자 백신을 처음으로 직배송 받게 됐는데 안전하게 다뤄야 하니 외국 문헌도 보고 공부를 많이 했다. 비행기를 타고 빨간 테이프로 봉인된 화이자를 개봉해 중구 주민들에게 백신을 공급했다.

또 남은 백신은 중구가 쓰겠다고 비축하기 보다는 대구 구·군 중 고령화가 심한 남구 어르신을 대상으로 공급했다. 이후 다른 구·군도 예방접종센터를 연이어 개소했는데, 선구자로서 대구에 백신을 받아 어떻게 보관하고 개봉하는지 교육하고 알려 줬던 일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황석선 중구보건소장이 대구에 직배송으로 왔던 화이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당시 대구동산병원에서 진행된
황석선 중구보건소장이 대구에 직배송으로 왔던 화이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당시 대구동산병원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예방 화이자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는 지자체와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중구청과의 협력도 그렇고, 주민들의 참여도 그렇고, 중구는 원래 이렇게 단합이 잘 되나?

▶눈치 채셨나. 거기에다 보건소 내부의 단합까지 잘된다. (웃음) PHIS라고 전국 보건소가 쓰고 있는 접수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이 작동을 제대로 안 하면 보건 혜택을 받아야하는 대상자 리스트를 관리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그런 시스템을 통합하자고 위에서 연락이 왔는데, 중구 보건소가 시범 운영을 나서게 됐다.

처음에는 '왜 우리가 맡아야하지?' 생각 했지만 코로나 때의 뜨거웠던 열정을 생각하며 수락을 했다. 그래서 대구 8개 구·군 소장들에게 연락을 해 도입 전에 시스템이 잘 안되는 부분들을 수정해나가는 일을 맡았다. 그렇게 시스템이 바뀌던 날. 전국에서 딱 한 곳만 100% 접속률을 달성했다. 그게 바로 중구 보건소다.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 점검단 단장으로써 시스템 접속률 평가 100%(전국 1위)를 최초로 달성한 것이다.

-모든 직원들이 오류를 안 겪고 접속을 한 건가. 이 일로 작년 대구경북 지자체 중 유일하게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셨다고.

▶100여명 넘는 직원들이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겠다고 나서주지 않았으면 불가능했다. 그저 대표로서 단상에 올라가 상을 받은 거라 생각한다. 상을 받을 기회가 생길 때면 직원들과 항상 함께 간다. 그리고 직원들도 무대 위에 올려 사진을 하나하나 다 찍어준다. 그 덕분에 사진 실력도 꽤 늘었다. (웃음)

황석선(가운데) 중구보건소장이
황석선(가운데) 중구보건소장이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엔 조금 가벼운 질문을 하고 싶다. 조금 남다른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어디서 소문을 들으신 건가. 부끄럽다(웃음). 워낙 취미가 많다. 남편과 함께 하는 취미인데 라틴, 왈츠, 지르박 등 댄스 16가지를 할 줄 안다. 그리고 난타도 하는데 퇴직 후 자원봉사를 다닐 때 활용하면 좋겠다 싶어 자격증까지 땄다. 얼마 전 어르신들 대상 식사 대접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공연을 했었다. 어르신들이 너무 환호해 주셔서 너무 즐겁더라.

한 가지만 더 자랑해도 되나. 풍선아트도 한다. 풍선을 불어서 아치 같은 걸 만드는 건데 여러 행사에 재능기부를 한다. 내가 만든 풍선 아치가 행사장 앞에 있으면 뿌듯하다. 의료진으로서 의료 봉사도 하지만 이런 재능 기부는 기분이 남다르다. 즐거움을 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에 중구보건소에서 시작했다는 건강클럽 강사로 나서도 되겠다. 공공의료가 아닌 민간의료에 쭉 있었다면 보수는 훨씬 더 많지 않은가. 그럼에도 보건소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민간병원은 환자 한 사람을 집중해서 돌보지 않는가. 하지만 보건소는 지역 사회를 돌보는 일이라 생각한다. 쉽게 말해 수지가 안 맞는 일도 하는 것이 보건소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윤이 없는 공공 건강을 위한 일을 맡는 것이 보건소의 역할이고 그게 나와 더 맞다고 생각했다. 그 초심을 가지고 보건소의 모든 일들에 있어 구민들이 접근하기 편한 방식으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짜는 편이다. 앞으로도 중구 보건소의 여러 프로그램을 눈여겨 봐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