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대장동 사건'을 병합해 달라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했다. 기각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심리하는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대북 송금 사건을 병합해 달라는 것은 오직 재판 지연과 선고 회피를 위한 것"이라는 검찰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합리적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의 '대장동 사건'과 수원지법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피의자만 같은 사건이다. 관련자나 사건 구조 등이 여러모로 다르다. 굳이 병합할 필요가 없다. 병합하게 되면 새 재판부가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해 그만큼 재판은 지연된다. 이는 헌법이 명시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이 전 대표에게 하등의 이익도 없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가 병합을 요청한 것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자들의 잇단 유죄 판결과 연관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수원지법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을 선고했다.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공범'으로 적시한 이 전 대표가 유죄 판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병합 요청은 그런 가능성을 차단하고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재판부 교체(交替) 기도(企圖)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표는 그동안 무죄를 주장하며 단식하거나 국회 일정을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고는 피할 수 없다. 재판이 늘어지고 담당 판사가 선고 전에 사퇴하는 희한한 일까지 벌어졌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의혹 사건 등은 10월 선고가 예정돼 있다.
판결의 시간이 가까워지자 검사 탄핵 등 사법 체계를 불신하는 움직임이 민주당에서 나온다. 이런 마당에 차기 대선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국가적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사법부는 판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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