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재봉 칼럼] 미국 사람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

입력 2024-07-07 14:05:53 수정 2024-07-07 17:11:50

함재봉(한국학술연구원 원장)

함재봉(한국학술연구원 원장)
함재봉(한국학술연구원 원장)

11월 5일 치러질 미국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6월 27일 CNN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된 바이든 대 트럼프 토론 이후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온 바이든의 고령화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바이든 측이 먼저 제안하여 성사된 토론이었다.

하지만 바이든은 질문들에 답변을 못 하고 트럼프의 어처구니없는 주장들을 반박하지도 못하고 수차례 횡설수설하면서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의심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미국의 민주당은 혼란에 빠졌다.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과연 현직 대통령을 축출하고 새로운 후보를 내세운다고 해서 승산이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토론 이전에도 트럼프가 바이든을 지지율에서 앞서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바이든의 고령화 문제는 민주당 내부의 문제다. 이미 트럼프에 뒤지고 있던 지지율의 격차를 더 벌렸을 뿐 대세에는 사실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더 중요한 질문은 '왜 미국 유권자들의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는가?'이다.

트럼프는 인격적으로 문제가 많다. 허풍쟁이고 거짓말쟁이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많을뿐더러 중범죄 유죄 판결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지는 견고하다. 왜 그럴까?

민주당과 트럼프를 반대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합리적인 사고를 결여한, 선전과 선동에 취약한 집단으로 치부한다. 또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 한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트럼프를 무조건 지지하는 마니아층 이외에도 중도층, 특히 과거에는 공화당을 절대 지지하지 않던 여성과 소수계,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사실은 '무지'나 '비이성' '인종차별주의'로 치부할 수 없는 변화들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한 부모의 소득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것'을 중산층의 중요한 척도로 간주하고 있으며 '사회적 신분 상승'이나 '경제적 계층 이동'보다 '재정적 안정'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미국의 일반 노동자는 가족에게 중산층 가정을 꾸리고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벌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고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미국 젊은이의 20%에 불과하다. 남성의 경우 이 비율은 더 낮다. 한 연구에 의하면 2020년 25~29세 미국 남성들의 중위 소득은 50년 전보다도 낮았다. 지난 몇 년 사이 18세에서 34세 사이의 미국인 중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은 배우자와 함께 독립 가구를 이루며 사는 비율보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미국인들의 절대다수는 '더 강한 제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제조업이야말로 '활력 있고 혁신적인 경제'에 필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인 대부분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제조업을 강화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기후 변화는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치르는 막대한 비용이 자신들의 삶에 직접적인 혜택을 가져올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더구나 기존의 화석 에너지는 생산적인 블루칼라 일자리와 저렴한 전력을 동시에 제공한다. 수천억달러를 투자하여 기존의 에너지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민주당과 기후 활동가들을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노동자들과 지역사회에서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와의 국경을 봉쇄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강제 출국시키던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민주당은 미국이 '이민의 나라'임을 강조하고 유색인종의 유입을 반대하는 인종차별주의의 발로라고 비판한다. 미국인 대부분은 이민이 좋고 필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민을 증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전체 여론의 3분의 1을 넘은 적은 없다. 다시 말해서 미국 역사의 어떤 시점에서도 이민을 증가시키자는 여론보다는 이민을 줄이자는 여론이 훨씬 앞서 있었다. 현재 미국의 흑인들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종들조차 바이든의 이민 개방 정책에 반대하며 트럼프 지지로 돌아서고 있는 이유다.

여느 유권자들처럼 미국의 유권자들도 가장 중시하는 것은 자신들의 경제적 상황이다. 대권주자의 나이나 인격은 그다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