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고통 33년] 식수 문제 '골든타임' 흘려보낸 정부…"수돗물 불신 심화"

입력 2024-07-03 18:02:19 수정 2024-07-04 10:42:54

환경부, 2021년 물 연구용역 수차례 연장 반복
"정부, 낙동강 수질개선에 30년간 22조원 투입했으나 수질은 악화"
"정수 생산비용 증가에 불신 매우 심화…낙동강 표류수로 깨끗한 물 공급은 불가"

지난 2022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는 126일 동안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2022년 7월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바라본 강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을 띄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 2022년 낙동강 강정고령보에는 126일 동안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2022년 7월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바라본 강물이 녹조로 인해 녹색을 띄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그동안 영남 지역 1천300만 주민과 정치권이 낙동강 식수 문제에 대한 고통과 불안을 호소해왔음에도 중앙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속절없이 흘려보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취수원 이전 갈등 해결을 위해 대구·구미 실무협의회를 수차례 주관한 바 있으나 사실상 '지자체 간 합의'를 강조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갈등관리 '컨트롤타워'격인 국무조정실도 물 문제 갈등 해결에 뚜렷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어 환경부는 2019년 낙동강 물 문제 해결과 취수원 다변화를 위한 '낙동강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과 '구미산단 폐수 무방류시스템 구축' 연구용역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용역 종료 기한을 몇 차례나 연장하며 주민들의 속만 태웠다.

환경부는 연구용역에 2019년 3월 착수해 12월 종료하기로 했으나 연구용역 발표 시기를 2020년 초로 미뤘다가 그해 7월로 연장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9월까지 최종 발표를 계속 미뤘다. 시간만 허비되는 동안 주민 생명권과 직결된 식수 문제와 낙동강 수질 문제는 더 악화돼갔다.

특히 환경부는 두 용역에 이어 2021년에는 물 문제 갈등 해법을 찾겠다며 '갈등관리 포럼' 연구용역까지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의 비판을 불러왔다. 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사실상 '검토' 수준의 용역만 반복하며 뚜렷한 해법 없이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앙정부가 미로 속에서 헤매는 동안 지자체 간 물 갈등은 더 깊어졌고 물협정이 파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2022년 4월 대구시와 구미시, 국무조정실,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가 체결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은 지방선거 이후 지자체간 입장차로 파기됐고, 올해 4월 부산시도 경남 의령군과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상생 협약'을 맺었으나 지역 주민 반발로 협약 2주 만에 해지됐다.

이에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낙동강 유역 취수원 다변화 특별법(낙동강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정부가 낙동강 수질개선을 위해 지난 30년간 22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수질이 더욱 악화하고 있어 정수 생산비 증가 문제와 함께 수돗물 불신도 매우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낙동강에서 표류수를 가지고 깨끗한 물을 공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사실상 특별법 제정만이 마지막 남은 해법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