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법으로 초등 의대반 규제해야"…일각선 "규제해도 사교육 억제 안돼"

입력 2024-07-03 16:22:28

"현재 '선행 학습 금지법' 있지만 학교만 규제할 뿐 학원은 대상 제외"
교육 전문가" 법적 규제 피해 과외·소규모 학습 등 암암리에 진행될 것"

교육 시민단체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는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초등의대반 방지법 제정 3만 서명 국민운동' 캠페인 출범식을 열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최근 의대 증원으로 '초등 의대반' 등 과도한 선행 학습이 전국으로 확산(본지 6월 16일 보도)되는 모습에 시민단체가 우려를 표했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는 지난 1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등학생 대상 의대반이 서울 대치동을 넘어 전국 각지로 확산하고 있다"며 "과도하고 비정상적인 선행 학습을 바로잡기 위해 '초등 의대반 방지법' 제정을 위한 3만 서명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걱세는 과거 사교육 시장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반·서카포(서울대·카이스트·포스텍)반 등을 편성했던 시절을 지나 최근 의대 진학 열풍에 편승해 이른바 '초등 의대반'들이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치동을 중심으로 학원마다 '초등 선행반', '초등 메디컬반', '초등M클래스'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 학원 모두 과도한 선행 학습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운영 과정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다수 학원들이 초등학생 고학년을 대상으로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수준의 선행학습을 진행하고 있었다.

범어동 한 학원은 의대를 목표로 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고1 수학인 공통수학을 가르치고, 도원동 한 학원은 '초중등 의치한 전문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국어, 수학, 과학 등의 선행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경산의 한 학원은 초등학생 5, 6학년을 대상으로 고1 영어인 수능 모의고사 풀이를 진행한다.

또 학원에서 운영하는 선행반에 들어가려면 입학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개인 과외나 유아·초등학생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선행 학습까지 행해지고 있다.

사걱세는 초등 의대반을 포함한 선행 학습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선행 학습 금지법'으로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법이 있지만, 이 법은 학교에서의 선행 교육을 규제할 뿐 학원은 규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광고를 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긴 하나, 과태료 부과 처분 등 처벌 조항이 따로 없어 실효성이 없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사교육 광고 적발 건수는 전국 기준 2019년 4건, 2020년 4건, 2021년 68건, 2022년 18건, 2023년 상반기 6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대구 등 10개 시도교육청의 적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일각에서는 선행 학습을 법으로 규제한다 하더라도 사교육이 억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박균섭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행 학습을 금지하는 법적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환영하지만, 규제를 피해 과외, 소규모 학습 등이 암암리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게 되면 결국 있는 자들은 더 강해지고 약자들은 배제되고 도태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