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수필가(대구보건대 교수)
더 물러설 곳도 없다. 사회 환경이 바뀌면서 학령인구의 감소는 대학 내 주요 업무의 각도를 틀어 입시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 학생이 없으면 교수도 필요 없으니 머릿속은 지금의 나를 완성하기 위해 지나온 불완전했던 시간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간다. 막상 꿈이 현실로 된 후, 정작 나를 이끄는 내일이 보이지 않는 격이다.
교육으로 희망을 북돋는 일은 근사하다. 사실 보기에 번듯한 만큼 속내는 그 이상의 내공을 요구한다. 말끔하게 의복을 갖추고 강단에서 전문 지식을 거침없이 쏟아낸다고 그 직무를 다한 것이 아니다. 새 학기를 맞이하기 위해 학생을 모으고 강의실에서는 실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다. 어디 그뿐인가. 학생들은 비교과로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응력을 키우고 실무를 연마한다. 학업 정도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바도 아니다. 대학은 너그럽고 학과는 정성껏 학생들을 품고 사회를 향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저절로 되는 것은 없고 근사해 보이기는 더 어렵다. 내 일이 아니라고 손 놓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주저앉을 기세다. 긴박한 현실 속에서 어려운 상황이 끝을 치닫고 있지만 물러설 수 없다. 나답게 보인다는 것은 결국 내 축(軸)을 세워 지금을 당당하게 걸어가야 한다. 이리저리 휘둘리며 무너질 수 없다. 직장을 갖고 나서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젊은 시절에는 경험 부족으로 상대방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과다한 업무 처리가 미숙했거나 또는 문제해결에 대한 접근이 어긋났기에 더디고 아픈 시간을 지나왔다. 그럼에도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은 강단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능력 이상으로 온갖 일 처리 근력을 높이는데 세심하게 신경을 뻗칠 수 있다.
살아가는데 교육은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믿고 임한다. 금방 눈에 띄게 무언가 달라지지 않지만 애타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의젓한 모습으로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감당하는 젊은이가 대부분이다. 새싹을 키워 나무 기둥을 세우고 푸른 잎을 무성하게 장식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여긴다. 그야말로 교육은 여러 문제의 틈 사이에서도 언제나 넓은 품으로 자유롭게 지식을 휘감아 나아가게 한다.
지금 내 마음의 축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힘든 상황이 겹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알아가는 것이 타인을 이해하는데 가장 빠른 길임을 깨우친다. 사람은 저마다의 축을 갖고 길을 걷고 있기에 조금 어긋나거나 상황이 틀어지면 누군가를 탓하기 십상이다. 학생은 교수 탓을, 교수는 학생 탓을, 이 일은 저 일 탓을 하며 빙글빙글 돌린다. 외면하고 싶은 게다. 축을 세워야 한다.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혼란한 상황과 마주해야 한다. 혼자 감당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라면 일은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당당하게 맞선다. 가능성을 믿고 희망을 바라본다. 시대가 변하고 조금은 다른 상황과 전개가 이어진다 해도 우리는 지금을 발판으로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미래지만 모두에게 같은 미래는 아니다. 무엇을 바라건 내 뜻대로 후회 없이 지금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을 맞이하고 있다는 건 변화무상한 시절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곧게 축을 세워 진솔하게 삶을 일궈온 흔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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