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금지조약(NPT). 핵(무기)을 갖지 않은 국가가 새로 핵을 갖는 것과 핵 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을 양여(讓與)하는 것을 동시에 금지하는 조약이다. 국제연합(UN)이 1969년 5월 총회에서 이 조약을 채택, 이듬해 3월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현재 가맹국은 190여 개다. 1957년 설립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사찰 등 핵의 국제적 공동 관리를 맡고 있다.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75년 4월 정식 비준국이 된 한국이 지금 NPT를 탈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핵 동맹국을 핵우산으로 보호하는 대신 핵 비확산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NPT 탈퇴 강행은 곧 한미 동맹의 틀을 깨야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PT를 탈퇴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경제 제재가 불가피하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 핵 원료 수입이 막힐 가능성도 높다. 그럴 경우 전체 전력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차질이 예상된다.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요구하거나 대북 제재를 유지할 명분도 당연히 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북한과 러시아가 '핵 동맹'으로도 불리는 군사동맹을 부활시키는 마당에 우리는 가만히 넋 놓고 있어야 할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방위비 추가 부담을 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최악의 국제 정세를 상정하고 대비하는 데는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우리의 독자적 국방·안보 역량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의 핵무장을 부추기고 주변국의 군사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는 핵무장론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성급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NPT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사용후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 기술을 축적하는 '핵잠재력' 확보를 고민할 때다. 단기간에 핵무기를 제조해 배치할 능력을 미리 갖춰 놓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이 협정이 핵물질 농축과 사용 후 재처리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떠들썩한 핵무장론보다 조용한 핵잠재력 확보가 진정한 안보 주권을 위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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