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청년 일자리가 세대 갈등 해소의 첫 단추

입력 2024-06-30 18:41:39 수정 2024-06-30 19:26:07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청년층(15∼29세)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층 취업자는 2022년 11월 5천 명 감소 이후 19개월째 감소세인데,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인 상용직 취업자마저 무려 20만 명가량 줄어 최근 10년 새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청년 고용의 양적, 질적 측면 모두 하락 중이다. 상용직은 고용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임금근로자인데, 계약 기간 미정이라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취업해 인사관리를 받는다면 상용직에 포함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235만3천 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9만5천 명 줄었다. 2014년 이래 가장 컸다. 청년층 인구가 줄었다고 해도 지난해 5월엔 1만 명이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1년 새 거의 20배가량 폭이 커진 셈이다. 대신 60세 이상 상용직은 무려 20만4천 명이 늘었다. 30대는 9만3천 명, 50대도 6만4천 명 증가했다. 다만 청년층과 함께 40대도 9만1천 명 줄었는데, 청년층 감소 폭의 절반이다. 청년층 취업자 자체도 줄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 전체 취업자는 383만2천 명으로 지난해보다 17만3천 명 줄었다. 2021년 1월 31만4천 명 감소 이후 최대치다.

문제는 일이나 구직활동을 아예 안 하는, 말 그대로 '쉬었음' 청년이 9개월 만에 다시 증가했다는 점이다. 5월 '쉬었음' 청년층은 39만8천 명에 달했다.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질병·장애도 없는데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인데, 통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2020년 46만2천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취업이 가능하고 취업을 원하지만 취업을 포기한 '구직 단념 청년'도 올 들어 다시 증가세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쉬었음' 청년을 위한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했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인턴 확충, 국가기술자격 시험 응시료 지원, 집단·심리 상담 등이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어서다. 수출 확대로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지만 반도체, 자동차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낮고 내수 침체가 깊어지며 당분간 청년 고용 절벽은 이어질 전망이다. 인구 감소에 못지않게 청년층 실업은 사회 역동성을 저하하는 심각한 문제다. 당국은 경기가 나아지면 청년층 실업도 해결되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청년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기성세대들이 함부로 옳고 그름을 가려 평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고도성장 시기에 인재를 필요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넘쳐났고, 평생직장의 안정감 아래 부지런히 일하고 알뜰히 저축하면 집 장만도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20년 새 집값은 10배나 치솟았고, 사회 진출 시기도 20대 초중반에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늦춰졌다. 대도시에 전세라도 얻어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려면 든든한 부모의 지원이 필수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비쳐지는 일부 고소득층의 삶은 청년들의 열등감만 자극한다. 빚을 내 집을 사고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다.

청년 실업은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위협이다. 미래 세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마지막 기회만 남아 있는 국민연금과 재정 고갈 위험 신호가 계속 들려오는 건강보험 등이 버텨 낼 근거는 꾸준한 재원의 확충이고, 이는 청년층의 안정적 수입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제아무리 내는 돈을 늘리고, 받는 혜택을 줄이는 개혁을 해도 성장 세대의 유입 없이는 연금과 보험의 유지가 불가능하다. 결국 사회 안전망이 붕괴되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 일자리는 국가 존속과 세대 갈등 해소의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