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힘든 전기차 화재…진압·예방 기술 개발도 활발

입력 2024-06-27 18:30:0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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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소재기업
대구 소재기업 '라지' 관계자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용 질식소화포 '파이어싹(FIRESSAK)'을 시연하고 있다. 라지 제공

경기 화성 전지 제조업체 화재 참사를 계기로 리튬배터리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대응한 기업들의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2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에서 2022년 44건으로 급증했다.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피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0명이었던 사상자는 2022년 사망 1명·부상 3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재산 피해는 3억6천만원에서 9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기차는 불이 날 경우 보통의 내연기관 차량 화재보다 진화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리튬 배터리는 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자체 과열로 주변 배터리에 불이 옮겨 붙으며 연쇄 폭발하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팩 내부에서 불이 나는 경우 차량이 순식간 화염에 휩싸인다. 또 화염 방향도 통상 위로 치솟는 내연기관과 달리 수평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주변 차량 등으로 불이 번져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엔에프방재는 리튬배터리 화재에 사용하는 전용 소화용구를 개발했다. 화재 발생 시 열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고 화재를 진압하며 2차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소화약제로 개발했다. 분사 시 거품화 현상을 극대화시켜 화재 대상의 표면을 덮어 냉각을 유도해 열 폭주 현상을 막는 것이다.

대구지역 소재 기업인 ㈜라지는 질식소화덮개 제품 '파이어싹'을 출시했다. 소화덮개를 이용해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불을 끈다. 내구성을 확보해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고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기차 화재는 물론 실험실, 터널, 주차장 등 다양한 장소에 활용할 수 있다.

배터와이가 개발한 배터리 성능 검증 기기. 정우태 기자
배터와이가 개발한 배터리 성능 검증 기기. 정우태 기자

전기차 배터리 검증을 통해 화재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도 관심을 받고 있다. 배터리 관리 플랫폼 전문기업 '배터와이'는 클라우드 기반 배터리 진단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데이터 기반으로 충전을 제어해 화재 위험을 차단하는 '화재예방 충전기'를 개발해 올 하반기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배터와이 관계자는 "배터리는 수많은 셀(배터리 기본 단위)로 이뤄져 있고 하나의 셀에 미세한 문제가 생겨도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사전에 체계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화재예방 충전기를 통해 관련 데이터를 관리하면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보다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를 팩·모듈 단위로 만들고 사용하는 단계에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전주기 안전 검증 체계를 완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