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인구 국가 비상사태 선언
◆2030년까지 합계 출산율 1.0명 목표
◆수도권 집중화, 혼인 외 출산 대책 나와야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대한민국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은 0.76명이었다. 지난해 1분기(0.82명)보다 떨어졌다. 통계청이 전망한 올해 합계 출산율은 0.68명(중위 시나리오 기준)이다. 지난해 연간 합계 출산율은 0.72명이었다.
◆2030년까지 합계 출산율 1.0명 목표
합계 출산율이 점점 더 떨어지자 정부가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결혼·출산·양육 등 세 분야 15대 핵심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합계 출산율 1.0명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정부안을 살펴보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재 월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올리고, 출산 가구 주택을 연간 12만호 이상 공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배우자 출산 휴가를 현행 10일(근무일 기준)에서 20일로 2배 늘려 아빠들이 주말 포함해 한 달간 유급 출산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했다.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인구에 관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도록 했다.
주택 지원도 대폭 늘린다. 올해 중 수도권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공공 주택 1만400호를 공급한다.
◆또다시 소환되는 한국은행 보고서
정부 대책이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에 치우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젊은층이 결혼과 출산을 외면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나왔던 한국은행 보고서가 다시 소환되는 이유다. 최근의 여러 보고서 중에서 원인과 대책이 가장 적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보고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의 원인과 대책'을 논한 심층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각종 정책 수단을 활용해 경제·사회·문화 분야 등을 포괄해 6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이를 충실히 따를 경우 출산율이 최대 0.845명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 제안대로라면 최대 1.6명까지 합계 출산율을 늘릴 수 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책을 짚어보면 정부가 놓친 부분을 명쾌하게 알 수 있다.
우선 보고서는 초저출산의 원인을 청년들이 체감하는 높은 '경쟁 압력'과 '불안'(고용, 주거, 양육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이 두 가지로 인해 결혼과 출산의 연기와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15~29세) 고용률이 2022년 46.6%로 OECD 평균(54.6%)보다 크게 낮았다. 25~39세 고용률도 우리나라는 75.3%로 OECD 평균(87.4%) 대비 12.1%포인트(p) 낮았다.
청년층 일자리의 질적인 면도 악화됐다. 청년층(15~29세)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2022년 41.4%로 증가(9.6%p)했다. 이에 따라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한 취업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취업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이 늘고 있다.
보고서는 "주택마련 비용에 대한 부담이 결혼·출산을 낮추고, 취업 여부 및 고용 안정성 역시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또 "자녀에 대한 지원 의무감이 강할수록, 결혼의향이 낮고 희망자녀수가 적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과밀화 해결이 초저출산 해결의 첫 번째 과제
한국은행 보고서의 정책 제안은 다음과 같다. 특히 정책에 따른 효과 순서까지 포함시킨 탓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첫째, 도시인구 집중도(인구밀도×도시인구 비중·431.9)를 OECD 평균(95.3) 수준으로 낮추면 출산율 0.41명 증가한다.
둘째, 혼인 외 출생아 비중(2.3%)이 OECD 평균(43.0%)으로 상승하면 출산율이 0.16명 증가한다.
셋째, 청년층(15~39세) 고용률(58.0%·2019년 기준)을 OECD 평균(66.6%)까지 높아지면 출산율 0.12명 증가한다.
넷째, 육아휴직 실사용 기간(10.3주)을 OECD 평균(61.4주)까지 늘리면 출산율은 0.096명 증가한다.
다섯째,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관련 정부 지출(1.4%·2019년)을 OECD 평균(2.2%)까지 높이면 출산율 0.055명 증가한다.
여섯째, 한국의 실질 주택 가격(OECD DB 기준 104·2019년)이 2015년 수준(100)으로 안정화되면 출산율 0.002명 증가 등이다.
이 여섯 가지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면 합계 출산율 최대 1.6명까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 정책은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결혼·출산·양육 등 세 분야에 집중됐다. 보고서에서 가장 정책적 효과가 크다고 분석한 도시인구 집중도 완화와 혼인 외 출생아 비중 문제, 청년 고용률 문제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효과를 폭넓게 분석해도 합계 출산율이 0.153명가량 늘어나는 데 그친다. 0.153명에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 0.72명을 더해도 0.873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로 내세운 1.0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나라의 존망을 걱정할 상황이라면 모든 정책의 우선 순위를 출산율 증가에 둬야 한다.
특히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출산율을 절대 높일 수 없다.
숨이 막히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 사교육비, 청년 일자리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백화점식, 땜질 처방식 대책으로는 초저출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한국은행 보고서는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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