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층에서 멈춘 엘리베이터, 방문객 1명 20여분간 갇혀
옥상층 상수도관 누수가 원인…복도·엘리베이터에서 물이 '콸콸'
시공사 "누수가 원인 맞다, 시설교체·보수 적극 검토"
대구 북구의 한 신축 아파트 옥상에서 누수가 발생해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하자보수 문제(매일신문 5월 5일)로 논란이 된 지 한 달 만에 문제가 생기자 입주민과 입주 예정자 사이에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대구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9시 15분 북구 고성동 오페라 스위첸(924가구) 104동 엘리베이터가 44층에서 멈춰 방문객 1명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장비 3대와 인력 8명을 투입해 신고 접수 24분 만에 30대 남성을 구조했다.
이날 엘리베이터가 멈춘 배경에는 아파트 옥상의 상수도관 누수가 있었다. 소방 당국은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구조한 뒤, 관리사무소를 통해 옥상층에 위치한 물탱크를 잠그고 펌프 차량으로 새어 나온 물을 모두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물이 새는 것을 목격한 고층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양수기함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을 직접 봤다는 노모(41) 씨는 "44층에서 물소리가 폭포처럼 들려왔고, 복도에 나가 확인해보자 양수기함 쪽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틈새로도 물이 흘러나왔다"며 "아이를 둘이나 키우는데 이후에도 안전 문제가 생길까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일부 가구는 집 내부로도 물이 새면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역시 고층에 거주하는 손모(34) 씨는 "화장실 위쪽으로 공간이 있는데, 물소리가 들려 평소에 막아둔 부분을 치우자 물이 쏟아졌다"며 "입주 한 달 만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재발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주민들은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대피 방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고 당일 집에서 쉬고 있던 한 주민은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누수를 확인하러 왔길래 2차 사고를 예방하려면 대피 방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방송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급한 대로 주민 단체 채팅방에 상황을 알리긴 했는데, 유사시에도 대피 방송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은 하자보수 문제가 남아있는데도 임시사용승인이 이뤄졌다며 지난달부터 북구청에 항의해왔다. 지난 4월 29일 집수정 설계 문제로 준공 승인이 반려됐으나, 구청에선 중대한 하자가 없어 입주가 가능하다며 바로 다음날인 30일 임시사용승인을 하고, 이후 지난 7일 준공 승인이 이뤄졌다.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박모(42) 씨는 "제대로 된 검사를 거친 후 준공 승인이 된 건지 의심스럽다"며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물에 젖은 엘리베이터 등 문제가 된 시설을 전면 교체 해야 한다.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건설사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공사 KCC건설 측은 "누수 때문에 엘리베이터 멈춤 사고가 있었던 게 맞다.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며 "안전 문제인 만큼 시설 교체와 보수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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