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동생 카드로 치킨 결제, 인간이 할 행동이냐"…모텔 살인 피해자 유족, 탄원서

입력 2026-03-04 23: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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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일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B씨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일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 B씨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연합뉴스

'강북 모텔 연쇄 살인' 사건의 두 번째 사망 피해자 유족이 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와 엄벌을 촉구하며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4일 뉴스1에 따르면 피해자 유족의 법률 대리인인 남언호 법률사무소 빈센트 변호사는 "검찰에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소식 이후로 아직도 공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에 피해 유족의 엄벌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가 공개한 탄원서에는 20대 여성 피의자 김 모 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요구가 담겼다. 유족 측은 탄원서에서 "집안의 막내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구김살이 없던 동생(피해자)은 하얀 천에 피가 묻은 싸늘한 시신으로 가족 앞에 왔다"며 "제 동생이 피의자에게 보였을 호의와 신뢰를 피의자는 계획적이고 잔혹한 살인으로 짓밟았다"고 했다.

또 "살인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하고 체포 이후에도 수사기관에조차 거짓말하는 모습을 보며 양심이나 일말의 반성의의 기미 자체가 보이지 않는 것에 더 큰 고통을 느낀다"며 "이러한 흉악범의 신상을 비공개로 두는 것은 잠재적인 범죄 예방을 포기하는 것이며 유가족의 가슴에 다시 한번 대못을 박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족은 이어 "혹시라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 모를 추가 피해자를 위해, 공공의 안전을 위해 피의자의 얼굴과 신상을 대중에게 명명백백히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건 경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요구했다. 유족 측은 "피의자는 경찰의 수사를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 동생을 살해했다. 뉴스를 통해 동생의 죽음에 대한 전말을 알게 된 부모님의 충격받은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며 "챗GPT와 의사 처방을 통해 사망 가능성을 알고 이미 죽어있는 막냇동생의 카드로 결제한 치킨을 들고 가는 행동이 같은 하늘 아래 인간이 할 수 있는 행동인지 현실감조차 들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다른 희생자를 더 막았다는 영웅이라고 생각해달라. 사랑하는 막냇동생을 보내고도 담담한 척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부모님 앞에서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고통을 헤아려 달라"며 피의자의 범행 동기와 추가 범행 여부에 대한 규명을 요청했다.

한편, 서울 강북경찰서는 김씨에 대한 송치결정서에 범행 동기와 수법을 적시했다. 김씨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고급 음식점과 호텔 방문 등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가 피해자들에게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게 하거나 배달 음식을 주문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들이 대가를 요구하는 등 의견 충돌이 생기면 피해자들을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기 위해 미리 제조한 약물 음료를 건넨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김씨가 챗GPT에 약물과 술을 함께 복용할 경우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검색한 점 등을 근거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약물이 단순한 수면 유도를 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고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지난달 9일 숨진 두 번째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약물 중독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몸에서는 김씨가 음료에 넣은 것으로 알려진 벤조디아제핀 성분 등이 검출됐다. 부검 결과서에는 '피해자가 음주 상태에서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해 위험이 커졌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9일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지난달 19일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