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가창중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입력 2024-06-16 19:20:50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대구시 달성군) 가창에는 가창중학교와 같은 고등학교가 필요하고, 전국에는 가창중학교와 같은 중학교가 필요하다." 대구시 수성구에서 줄곧 살았지만 네 아이 중 세 아이를 가창중학교에 보냈고, 가창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도 가창중에 보낼 예정인 아버지의 말이다. 이 아버지는 "가창중학교와 같은 교육 방식을 갖춘 고등학교가 가창면에 없어서 첫째와 둘째가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진학했다"며 아쉬워했다.(셋째는 가창중 재학)

여느 시골 학교처럼 대구시 가창중학교 역시 학령인구가 줄면서 전교생 숫자가 30명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9월 특성화중학교로 전환하고, 2018년 뮤지컬 기반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면서 학생들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자녀 가창중 입학을 위해 타지에서 가창으로 이사 오는 부모들도 부쩍 늘어났다. 가창중 1학년 입학 정원은 40명(2학급), 전교생은 120명이다. 2024년도 입학 전형에 80명이 지원, 2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뮤지컬 특성화 중학교이지만 뮤지컬만 공부하는 학교는 아니다. 정규 교육과정을 따르되 학교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선택 교과(전체 교과 중 약 20%)를 연기, 무용, 뮤지컬 장면 만들기, 악기, 성악, 합창, 뮤지컬 제작 등으로 구성한 것이다. 방과 후 교과 및 동아리 활동 또한 문학, 악기, 성악, 방송 등 문화예술이 주류를 이룬다.

3가지 '회복 탄력성 강화'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그중 하나가 '뮤지컬 캠프'다. 학생들은 3년 동안 3회 뮤지컬 캠프(발표회)에 참여해야 한다. 배우로 출연해도 좋고, 시나리오를 써도 좋고, 음향이나 조명, 방송 녹화를 담당해도 좋다. 무엇이든 자신이 관심 있는 걸 하면 된다. 두 번째는 '자전거 여행'(대구~부산, 대구~안동)이다. 세 번째는 도보 여행(3박 4일간 제주도 올레길 또는 동해안 파랑길 걷기)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도전 정신을 새긴다.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Interest) 프로그램도 막강하다. '수련·참여·경험을 통한 배움'이라고 할 수 있다. 교과서를 통한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고민하고, 실험 또는 체험하는 자기주도적 탐구학습이다. 직업, 취미, 환경, 요리, 운동, 건강, 만화, 음악 등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정하면 된다. 매 학기 17주 동안 1주일에 1회 준비해 학기말에 발표한다.(3년 동안 6회 발표)

가창중에는 왕따나 학교 폭력이 없다고 한다. 국영수 학업 능력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고, 스트레스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이나 LTI에서는 각자가 좋아하고 재능을 발휘하는 영역이 달라 모두가 주인공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하니 잘하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직접 만나본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도는 대단했다.

졸업생 중 30% 정도가 예술고로 진학한다. 나머지 70%는 일반계고·특성화고·자사고 등으로 진학한다. 가창중학교의 특성화 프로그램인 뮤지컬과 LTI 교육 등은 학생의 예술 분야 '끼'와 '재능'을 확인하는 과정인 동시에, 취향과 재능을 스스로 구별할 줄 아는 힘을 길러준다는 말이다.

학과 공부를 못하면 낙오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기 재능을 찾도록 하는 교육, 공부를 못하면 자신감마저 떨어지는 교육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교육, 가창중학교와 같은 학교가 전국에 생겨나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