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초교 때부터 의대 준비"…지역 초중등생에 퍼지는 사교육 바람

입력 2024-06-16 16:33:22 수정 2024-06-16 20:57:33

대구지역 주요 학군지 의대 진학·영재학교 준비 설명회 열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의 자녀 둔 학부모 수백여 명 북새통
일각 "적성 탐구 없이 맹목적 의대 준비…선행학습 부작용" 우려

15일 대구 수성구 대륜고등학교에서 열린
15일 대구 수성구 대륜고등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지원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현직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교육청 주최으로 열린 이번 설명회는 의대 정원 증원, 무전공 선발 확대 등 변화된 입시환경에 대응하고 공신력 있는 대입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12일 수성구에서 열린 한 학원 수학 교육 입시설명회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학부모 270여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영경 기자
지난 12일 수성구에서 열린 한 학원 수학 교육 입시설명회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학부모 270여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영경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지역인재 전형 모집인원이 기존의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지역 학원가에도 의대 입시 열풍이 불고 있다.

주요 학군지에서는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의대 입시반도 잇따라 개설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수성구에서 열린 A학원 수학 교육 입시설명회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학부모 270여 명이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학원 측은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에서 초빙된 강사들을 중심으로 수능 수학 대비 사고력을 기르는 커리큘럼과 의대 입시 전략을 위한 로드맵을 설명한다고 홍보했다. 강연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수첩과 펜을 들고 메모하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아이가 의대 진학과 영재 학교에 관심이 있어서 참석하게 됐다"며 "의대를 희망하는데 사고력 준비가 부족하면 힘들 수 있으니 일찍부터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A학원에서 다음 달 개강하는 커리큘럼에는 의대를 목표로 하는 초중등 학생을 위한 심화 수학과 고3 때 주로 배우는 물리Ⅱ, 화학Ⅱ 등의 과학 과목들이 포함돼 있다. 최소 1년, 최대 3~4년까지 선행학습하는 과목들이 수두룩했다.

같은 날 열린 수성구 B학원의 중등 수학 입시설명회에도 학부모 14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중등 의대반'이 생겨난 이유는 문·이과 통합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된 이후 대입에서 수학이 당락을 결정짓는 과목이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능에서 미적분과 기하 등 높은 난이도의 수학 과목 '초고득점'을 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요즘은 의대 준비를 보통 초등학교 3~4학년부터 시작하는 편으로 수학 선행학습을 많이 하는 추세"라며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의대 정원 확대에 힘입어 의대 열풍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경험으로 재능을 찾아가야 할 시기에 '맹목적 의대 지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몇 년 새 의대를 준비를 하는 학생들의 연령대가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본인의 적성을 제대로 찾아볼 새도 없이 부모의 희망에 따라 의대에 가는 현상은 사회적 문제"라며 "무리한 선행학습으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각자 수준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메가스터디교육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4명 중 1명은 의학계열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초등학생 23.9%가 의대, 치의대, 한의대 등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