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판사 제정신이냐"한 판결, 의협 산하 기구가 '유죄' 근거 제공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페이스북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공개 저격하며 비판한 판결이 의협 산하 기구인 의료감정원이 작성한 감정서를 근거로 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지난달 30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의사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의사는 파킨슨병이 있는 80대 환자에게 멕페란 주사액(2㎖)을 투여해 부작용으로 전신 쇠약과 발음장애, 파킨슨병 악화 등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멕페란 투여와 환자가 입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A기관과 B기관 등 2곳이 낸 감정서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두 기관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의협 산하 의료감정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의협 의료감정원이 재판부에 낸 감정서가 재판부의 유죄 판결에 영향을 준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의협 의료감정원의 감정서와 관련, "감정회신서에 따르면 '멕페란 성분인 메토클로프라미드는 뇌내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해 파킨슨 증상, 즉 느린 동작, 경직, 떨림, 균형장애로 인한 넘어짐을 악화시킬 수 있고, 멕페란 주사 이후 파킨슨 증상의 악화가 있을 경우 멕페란 주사로 발생한 상해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작성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관련해 재판부는 판결문에 "'멕페란 투약 후 당일 의식저하, 상실, 발음장애 등은 멕페란 주사액의 투약으로 인한 약물 이상 반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의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판사의 사진을 이름과 함께 공개하면서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여자와 가족이 병의원에 올 때 병 종류와 무관하게 의사 양심이라 반드시 '심평원' 심사 규정에 맞게 치료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작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