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아파트, 근대에서 미래로

입력 2024-06-13 14:30:00 수정 2024-06-14 17:21:45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근대 최초의 고층아파트 건립
식품가게·제빵소·세탁소 보유…옥상엔 정원 자연 감상하기도
싱가포르 더 인터레이스…혁신적 디자인 주거 단지 건설
공간 곳곳 푸른 녹지공간 설치…휴양지 호텔 분위기 풍기기도

르 꼬르뷰제가 설계한 첫 고층아파트 마르세유
르 꼬르뷰제가 설계한 첫 고층아파트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근대 최초의 고층아파트이자 선험적 도시계획으로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올해 초,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로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선정되며 그의 작품 중 한국에 지어진 건축도 전 세계에 소개되었다. 당시 소식을 알린 국내 한 언론의 기사 제목은 이러했다. '한국서 미분양 냈던 日 건축가, 건축 노벨상 받다'. 외국 유명 건축가를 특별히 초청하여 설계한 '판교 타운하우스'의 초기 분양 성적표는 낙제 점수였다.

공동정원 주변으로 배치한 세대는 개방된 저층부와 투명현관으로 주민 소통의 설계는 사생활 침해로 우리나라에서 환영받지 못한 것이다. 프리츠커상 선정 이유는 사회 공동체를 위한 소통, 개방, 투명성 건축의 실천이었다.

아파트의 원조 고대 로마 시대의 '인술라'는 노예와 하층민 수용을 위해 몇 층으로 쌓아 올린 공동주택이었다. 19C 나폴레옹시대에 파리 높이 제한으로 7층 만사드 건물이 주를 이루었다. 1층 상점과 상부층 주거, 높이 제한의 산물 옥탑방은 가난한 예술가들의 근거지이기도 했다. 지금에서 보면 도시 공동화를 막고 교통이동을 줄이며 일관된 도시경관을 이루는 기본적 주상복합에 해당한다.

국내 최초의 단지형 서울 마포아파트(1962년) 이후, 60여 년이 지나며 우리나라는 인구 절반 이상 거주하는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으며 80% 이상 국민은 아파트 주거를 희망한다. 그러나 공동체 삶을 위한 아파트는 장소와 건축구조만 공동일 뿐, 기본적 공간으로 많은 세대를 수용하는 아파트의 본질에서 현대의 주거문화는 진화해가고 있다.

근대건축 시대에 르 꼬르뷰제가 설계한 첫 고층아파트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에서 공동주거 건축의 본질을 생각해본다. 수직 아파트의 전형을 탈피하여 미래지향적 공동체를 제시하는 '싱가포르 더 인터레이스' 를 찾아간다.

르 꼬르뷰제가 설계한 첫 고층아파트 마르세유
르 꼬르뷰제가 설계한 첫 고층아파트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근대 최초의 고층아파트이자 선험적 도시계획으로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수직정원도시-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 주거단위(housing unit).

유럽의 도시들은 2차 세계대전 공격의 표적이었으며 전쟁 후, 도시복구와 주거난 해결을 위한 대량의 주택공급이 급선무였다. 프랑스 정부는 마르세유 주택 해결을 위해 도시계획부터 법규를 초월하는 과정을 코르뷔제에 위임한다. 1952년 완공된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é d'Habitation)'은 근대 최초의 고층아파트이자 선험적 도시계획으로 201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코르뷔제는 혁신적 도시와 건축 이론들을 주창했다. 저서 '빛나는 도시 (1935년)'에서는 무질서하고도 복잡한 파리 시가지를 철거하여 300만 수용의 60층 초고층아파트를 제안한다. 삭막한 고층 도시가 아닌, 지상과 옥상을 햇볕과 녹지 정원으로 인간에게 돌려주자는 '수직 정원 도시'의 유토피아였다. 그 당시에 실행되었다면 세상의 아파트 단지는 그 시작부터 달라졌을 것이다. '수직 정원 도시' 이념은 마르세유 아파트 1개 동으로 70년 전에 실행되었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옥상은 피트니스, 오락실, 간이수영장이 있어 지중해를 바라보며 공중정원을 즐긴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옥상은 피트니스, 오락실, 간이수영장이 있어 지중해를 바라보며 공중정원을 즐긴다.

이곳 19층 아파트는 단층과 복층 형태로서 23가지의 세대별 평면(unit)은 입주자의 다양한 삶의 선택을 배려하고 있다. 단조롭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복층형은 오늘날의 오피스텔을 닮기도 한다. 각 세대 전면 창과 정원 테라스는 지중해 바다와 산의 풍경으로 향하여서, 남향이 아닌 동 서향 아파트이다.

식품가게, 제빵소, 세탁소, 병원 등 주민 편의시설은 동선의 편리를 고려한 7, 8층 중간층이다. 공동주택 안 상업, 주민시설, 유치원의 설치가 여기서는 동네처럼의 편리한 공동체 삶이다. 코르뷔제가 빌라 사보아(1931년)에서 처음 창안한 근대건축 5원칙 중 '필로티' '옥상정원' 설계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옥상 정원-19층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아이를 맡기고 어른들은 옥상층의 피트니스, 오락실, 간이수영장, 일광욕장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공중정원을 즐긴다. 저녁에는 주민 음악회와 파티, 야외극장에서는 와인과 함께 영화를 감상한다. 옥탑 계단실 굴뚝 물탱크 벤치 테이블들은 건축가의 콘크리트 조형물이다. 항상 잠겨만 있는 우리 아파트 옥상 공간에 대하여서 그 활용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스케치
유니테 다비타시옹스케치

필로티- 1층에는 기본적인 용도와 기둥만 있는 코르뷔제 건축형식으로 지상은 녹지 휴게 통행으로 주민 공공에 돌려주는 땅의 회복이다. 우리의 다가구 다세대의 필로티는 주차법규 해결의 궁여지책과는 다른 건축이다. 19층을 받치는 노출콘크리트 남성 근육의 기둥 필로티와 노출콘크리트 표정에는 19C 브루탈리즘(brutalism) 건축 언어가 담겨있다.

입구 벽면에는 그의 인체 모듈러 형상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으며 그의 건축물 벽, 기둥, 옥상에 스케치와 조형물 시그니처를 남기고 있다. 파리 거리에서는 스케치가 새겨진 안내판들을 따라가다 보면 코르뷔제 건축을 만나게 된다.

입면 단면- 건물 정면을 45도 비켜서 바라보면 조형적 건축에 감동하게 된다. 세대를 나눈 벽, 디자인으로 채색한 빨+파+노+흰색 구성은 시각적인 하이라이트이다. 평면 단위(unit) 그대로 입면의 수직과 단면의 수평은 다른 재료나 장식이 없는 순수 건축미학이다. 다빈치처럼 인체를 연구한 모듈러 시스템을 인간의 주거공간에 적용하였다. 우리보다도 낮은 층고(H:2,200)이며 방은 좁고 작다. 그래서 안락한 공간이다.

7·8층의 24개 세대의 공간 그대로 방문객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명칭이 '호텔 르코르뷔제'이다. 주민 불편을 고려하여 매 시간 건물 투어가 정해져 있는 건축의 순례지이다.

싱가포르 더 인터레이스는 외형적 형상은 아이들이 레고 블록으로 쌓은 모양이다.공동주택으로는 드물게 사회적, 환경적 고려를 인정받아 여러 건축상을 받았으며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싱가포르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싱가포르 더 인터레이스는 외형적 형상은 아이들이 레고 블록으로 쌓은 모양이다.공동주택으로는 드물게 사회적, 환경적 고려를 인정받아 여러 건축상을 받았으며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싱가포르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블록을 쌓아 올리다 - 싱가포르 더 인터레이스(The Interlace)

섬나라이자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세계적으로 주택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80%의 국민이 공공주택에 거주하며 정부의 주택개발청(HDB)은 양호한 주거 환경, 친화적인 주택비용으로 저소득층, 중산층의 주택 소유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더 인터레이스(The Interlace)'는 일률적인 수직 고층아파트 형태를 탈피한 혁신적 디자인의 주거 단지이다. 공동주택으로는 드물게 사회적, 환경적 고려를 인정받아 여러 건축상을 받았으며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싱가포르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기후환경이 다른 북유럽 로테르담 건축팀 (OMA+올레셰렌)이 아열대 나라 싱가포르의 아파트 설계도 경이로운 것이다. 이런 곳에 이런 아파트가? 도시 고급 업무시설 또는 휴양지 호텔 분위기의 아파트가 의외로 변두리 지역에 위치한다. 주변은 그린벨트 녹지 공원과 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싱가포르 더 인터레이스는 외형적 형상은 아이들이 레고 블록으로 쌓은 모양이다.공동주택으로는 드물게 사회적, 환경적 고려를 인정받아 여러 건축상을 받았으며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싱가포르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싱가포르 더 인터레이스는 외형적 형상은 아이들이 레고 블록으로 쌓은 모양이다.공동주택으로는 드물게 사회적, 환경적 고려를 인정받아 여러 건축상을 받았으며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싱가포르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이다.

외형적 형상은 아이들이 레고 블록으로 쌓는 놀이를 하듯 우연처럼 단순하게 보인다. 6층 건물 단위 31개 주거동 블록을 3, 4겹 높이를 지그재그로 연결하였다. 아파트를 수직으로 세운다면 12개 동 24층에 해당하는 높이이다.

육각형 기하 패턴으로 연결 중첩되어서 6개의 정원 마당이 형성된다. 블록과 블록 사이 공간들은 옥상 정원, 하늘정원. 개인 공공 테라스, 계단식 정원, 다양한 녹지공간이 되어 시각적인 변화와 조형적 효과를 나타낸다. 아열대기후에 적합한 푸른 녹지공간들이다. 6층 단위 주민들이 공유하는 정원 테라스는 주민 교류, 여가, 오락의 공유공간으로 수직 타워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블록 단위의 커뮤니티가 이루어진다. 지상의 수영장, 운동시설, 공용, 편의시설들은 녹지 정원과 함께 자연 환기와 자연 채광이 되고, 테라스 빗물들은 모여 재활용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싱가포르
싱가포르 '더 인터레이스' 스케치

건축의 요소들과 푸른 조경 공간의 어울림은 아파트 이상의 고급스러움이 한편은 공동주거 조건에 불균등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테라스에 인접하는 세대는 개인적 정원을, 약간씩 다른 각도는 다양한 경관과 프라이버시에도 방해받지 않은 고려가 되어있다. 30도 이상의 아열대기후 아래 시원한 그늘의 테라스 공간과 뚫리고 비워진 공간 사이로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길은 열대화 현상으로 점점 뜨거워지는 우리에게도 이국땅의 아파트 모습이 생소하지 않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