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 아들과 동업한 임차인 "5억 투자했는데 건물 짓는데 쓰인건 6천여만원뿐"
재단 "건물 흉물 우려로 인한 대구시 요청으로 사비 들여 완공"…공사비 내역에는 애초부터 부부 돈이 투입
대구 수성구의 한 사회복지법인 부지에 임대수익사업을 위한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정관변경 등이 제대로된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사장 아들이 투자자를 속여 건물비용을 받아 가로챈 것은 물론 이에 대해 이사장 부부가 사비를 들여 수익사업을 위한 건물을 대신 지어줬다는 것.
◆임차인이 건물 짓고 기부채납..기부채납자가 이사장 아내?
재단 이사장 아들 B씨와 지난 2019년 10월 동업 계약을 맺은 A씨는 최근 B씨를 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율위반(사기), 사기(투자금 반환기한 유예), 업무상횡령,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B씨의 말을 믿고 5억원의 돈을 투자했지만 어디에도 그 돈이 본래 약속했던 빵집 건립과 운영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이다. 특히 A씨는 이 같은 B씨의 사기 행각에 대해 아버지인 재단의 이사장 및 재단 전체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수익사업을 할 수 없는 사회복지법인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하면서까지 빵집 사업을 지원할 만큼 재단이 나와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이사장을 알지도 못했고, 나는 B씨가 빵집을 열어서 매달 수익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관변경 등 일련의 과정은 이사장 아들인 B씨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재단이 추진한 정관 변경은 수익사업추가이다. 수익사업 계획(안)에는 '임차인이 신축하여 법인에 기부하는 조건부 임대차 계약'의 임대형태를 진행하기로 했다.
2019년 7월 6일 재단은 정관변경을 위한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A씨가 법인 소유 대지에 건축물을 신축하고 물건을 재단에 기부채납한 후 10년 동안 조건부로 임차해 사용한다고 돼 있다.
재단이 작성한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상에도 특약사항으로 '임차인은 건물의 준공검사 및 소유권보존등기 후 임대인에게 소유권이 전등기를 경료하여 기부하는 조건으로 본 건 계약을 체결한다'고 돼 있다. 임대차 계약을 맺은 A씨에게 소유권이 전등기를 한 뒤 기부하는 방식인 것. 이 같은 회의록 등을 가지고 재단은 임대수익사업을 하기 위해 2019년 7월 22일 기본재산 처분 신청을 대구시에 제출했다.
이 모든 것이 끝난 뒤인 2019년 10월 B씨는 A씨와 동업계약서를 작성했다. 재단이 작성한 수익사업(임대사업) 계획(안)에서는 건축비 4억2천만원과 A씨가 소유권등기를 하기 위한 취득세를 포함해 총 4억7천만원이 필요한 셈이었다. B씨는 이 모든 비용보다 많은 총 5억원을 A씨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물을 기부채납한 인물은 A씨가 아닌 B씨의 모친이었다. 재단 이사장의 아내인 것.
최초 소유권 등기가 건물을 짓고 기부채납하기로 약속을 맺은 A씨가 아니라 이사장 배우자가 된 사유에 대해 재단 측은 "공사 현장이 흉물스럽게 방치되는 것이 안타깝고 대구시 요청이 있어 이사장 배우자가 공사자금을 지원했다"는 기존의 입장만 밝혔다. 언제 공사를 시작해서 공사자 중단됐는지와 당초 공사 진행 자금의 출처 등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투자금 5억원은 어디로? 건물 짓는 돈 대부분 이사장 부부 사비
입출금 기록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6월 처음 B씨에게 건축설계비 명목으로 5천만원을 건냈다. A씨는 "2018년부터 자신의 가족이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점을 하나 내는데 투자하면 매달 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얘기했었다"라며 "처음 돈을 건낸 것이 건축 설계비 명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10월 동업계약 등을 작성한 뒤 약속한 투자금 5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하지만 재단 부지에 공사가 진행된 것은 약 1년 뒤였다. A씨는 "2018년에 설계비를 받아 갔으니 1년 안에 설계가 충분히 나왔을 텐데 투자금을 모두 지급한 뒤에도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건축물 건립에 들어간 건축비 내역서를 살펴보면 건축을 위한 건설사에 돈이 송금된 시기는 2020년 12월이다. 더구나 해당 건설사에 지급된 총 2억7천500만원의 비용은 B씨의 어머니가 2021년 2월까지 3개월간 총 4차례에 걸쳐 입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로부터 투자금 5억원을 받은 B씨의 계좌에서 지급되지 않은 것.
총 건축비 가운데 가장 먼저 지급된 시점도 2020년 5월이었다. 동업 계약서를 맺고 투자금이 지급된지 7개월이 지난 이후라는 것.
특히 건축과 인테리어 등에 들어간 약 7억원의 금액 가운데 B씨가 지급한 금액은 10%도 되지 않는 6천460만원에 불과했다. 5억원의 투자금이 대부분 사라진 셈이다. 무엇보다 건축비의 90% 이상이 B씨 부모의 사비로 채워졌다.
A씨는 "내가 B씨에게 계좌로 지급한 내역이 모두 기록이 있을 것인데 B씨가 부모에게 돈을 전달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이상 건축비에 사용된 금액의 대부분은 부모의 돈이다"라며 "B씨는 내 투자금을 가로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부모가 뒤늦게 자금을 조달해준 것이다. 이는 재단의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재단 소유 부지 위에 재단 이사장이 사비로 임대수익사업용 건물을 지은 셈이어서 당초 임차인이 건물을 지어 기부채납한다며 정관을 변경한 내용과 전혀 다르다.
또 재단이 대구시 등에 제출한 계획서 상 건축비 및 건물가액보다 2억 원 이상이 더 지출된 점도 문제다. 첫 공사가 시작한 2020년 당시에는 건축비가 급등하기 전이었던 만큼 이 같은 비용 뻥튀기도 의심스럽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상한 임대차 계약과 건축 시기
재단의 건축물이 지어진 과정도 이상하지만 A씨과 맺은 임대차 계약도 의문 투성이다. 2019년 8월 A씨가 재단과 가계약을 맺을 당시 임대차 계약서에는 특약사항으로 '임차인은 건물의 준공검사 및 소유권보존등기 후 임대인에게 소유권이 전등기를 경료하여 기부하는 조건으로 본 건 계약을 체결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공사는 A씨가 아닌 이사장 부부의 사비가 투입된 2020년 5월 이후에야 시작이 됐다. 이어 최초 건물 소유권보존이 완료된 시점은 2020년 10월 23일이다. 더구나 소유권은 이사장의 아내이자 B씨의 모친으로 돼 있다. 더구나 이사장 아내가 재단에 건물을 증여한 시점은 2021년 8월 3일이다. 두 기간 사이인 2021년 3월 재단은 A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 때에 2019년과 특이사항이 변경돼 있었다. 재단이 대구시 등에 제출했던 임대차계약과 전혀 다른 계약서였던 것.
결국 해당 건물의 임차인이 A씨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은 이사장 부부의 돈으로 지어졌다. 이는 이사장 부부 돈으로 지어진 건물에서 아들인 B씨가 A씨와 동업이라는 형태로 빵집을 운영하면서 임대료를 재단에 지급하고 남은 수익금은 A씨와 B씨가 나눠가지는 기이한 형태가 됐다.
A씨의 투자금은 총 건축비의 10%에도 사용되지 못했고 나머지 금액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명확한 사실은 B씨는 자신의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부모의 자금으로 지어진 건물에서 빵집 수익금을 챙겼다. 재단이 재단의 재산을 가지고 이사장 아들이 돈을 벌 수 있게끔 도와준 형태가 됐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건물 공사와 임대수익사업 부분은 이사장 아들과는 관계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추가적인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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