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스토킹 범죄… 전담 경찰관 인력 부족으로 지원 공백 우려

입력 2024-06-06 15:29:06 수정 2024-06-06 21:36:43

스토킹 신고 건수 작년 20% 증가
타지역보다 스토킹 보호대상자·처리 건수 더 많아
전문 인력 지속 양성 및 인력 보완 대책 필요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지난 2022년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스토킹 범죄 피해 건수는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담 경찰 인력은 충원되지 않으면서 피해자 지원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12에 신고된 스토킹 범죄 건수가 늘고 있지만, 전담 인력 수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천268건에 비해 지난해엔 1천532건으로 20% 이상 급증했는데, 스토킹 범죄 전담 인력은 2022년부터 현재까지 각 관서당 변함없이 한 명이다. 현재 대구시내 스토킹 전담 경찰관은 12명으로, 대구경찰청과 11개 경찰서당 1명씩 배치돼 있다.

문제는 스토킹 전담 경찰관의 업무 특성상 지속적인 피해자 사후관리가 필요한데, 신고 건수가 늘어날수록 한 명의 피해자에게 가는 지원의 정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스토킹 범죄가 심화함에 따라 2021년 10월 21일부터 스토킹처벌법을 시행해 2022년부터 전 경찰서에 스토킹 전담 경찰관을 배치 및 운영하고 있다. 스토킹 전담 경찰관은 피해자에게 수사절차와 상담 및 보호지원 제도를 안내하고,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사후모니터링을 총괄하는 경찰관을 말한다.

현재 대구의 스토킹 전담 경찰관들은 혼자서 담당해야 하는 보호대상자와 처리 건수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해 10월 전국 지방청 스토킹 범죄 및 전담 경찰관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2022년 스토킹 전담 경찰관 1인당 약 106건의 스토킹 범죄를 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의 경우 같은해 기준 스토킹 전담 경찰관 1인당 담당 스토킹 보호대상자가 32.4명, 1인당 스토킹 처리 건수는 126.8건으로 나타났다. 2023년은 각각 40.7명, 153.2건으로 증가했다. 1인당 보호대상자와 스토킹 처리 건수 모두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심지어 스토킹 전담 경찰관들은 다른 직무를 겸하기도 한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뿐만 아니라 아직 별도의 법이 제정되지 않은 교제폭력 사건도 담당하고 있으며, 시 경찰청 소속을 제외한 전체 관서 전담 인력 중 학대예방경찰관(APO)를 겸직하는 인원이 27%에 달한다.

이 중 달성경찰서는 최근 여성청소년과로 편입된 신상정보관리를, 강북경찰서는 APO 업무를 병행하고 있고, 군위경찰서는 기존 APO 인력이 스토킹 등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업무가 과중해 담당자 교체가 잦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편입된 군위를 제외한 대구 내 10개 경찰서에서 스토킹 전담 경찰관 40%가 2번 이상 교체됐으며, 담당자 10명 중 45%가 6개월 미만 근무한 단기근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반 동안 전체 평균 1.3번 담당자가 바뀐 것이다. 내근 부서의 경우 일반적으로 한 보직에서 5년간 근무할 수 있고, 유사 보직인 APO의 경우 경찰청에서 업무 특성상 경력과 전문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최소 3년 이상 보직을 유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담당자 교체 기간이 짧다.

대구 한 경찰서 스토킹 전담 경찰관은 "보직 특성상 인사이동이 잦은 편으로, 올해도 60% 정도 인사발령이 난 것으로 알고 작년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 사건에 감정이입을 하는 담당자들이 많은데, 모니터링 해야 하는 이들이 10명이라면 매일 10명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지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말했다.

허경미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사건에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처벌법이 만들어졌고, 기존 여성청소년과 업무에 스토킹 업무도 추가되었으나 충분한 인력 충원은 되지 않았다"며 "일반 형사 사건은 피해자 지원과 사건 수사가 분리되어 있지만, 스토킹 업무는 동시 개입이 필요해서 경찰관 개인 책임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범죄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범죄 유형이고, 일반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범죄"라며 "전문성 있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순환하는 등 인력 보완 대책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