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사고 후 속력 높여 2·3차 사고 낸 '전기차' 택시
택시 기사 '급발진' 주장에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 적용
지난해 9월 대구 수성구 들안길삼거리에서 수성시장네거리 방향으로 달리던 전기차 택시가 정차 중인 차량을 들이받은 사고와 관련해, 당시 사고를 낸 택시 운전기사가 송치됐다. 사고 발생 약 8개월 만이다.
대구수성경찰서는 지난 20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를 적용해 60대 A씨를 검찰에 넘겼다. A씨가 규정 속도를 초과해 운전한 탓에 7명이 다쳤다고 경찰이 결론지으면서 차량 결함이나 급발진 여부는 끝내 입증이 더욱 어려워졌다.
당시 사고 택시는 2023년식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로, 택시 기사는 '급발진'을 주장했고, 조수석 뒷편에 탑승 중이던 승객이 '브레이크를 밟는 걸 봤다'는 진술까지 하면서 전기차 급발진 의혹에 무게가 실렸다.
또 시속 50㎞로 주행하던 택시가 불법 유턴 차량에 의해 사고를 당한 직후 갑자기 속력을 높여 시속 180㎞까지 달리는 모습이 주변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경찰은 급발진 가능성 수사를 위해 그간 차량, EDR(사고기록장치), DTG(운행기록장치), 블랙박스 등 분석을 의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자체적으로는 승객 입장에서 '동공추적기' 실험을 통해 사고 당시 택시기사가 브레이크 또는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지 등을 분석하기도 했다.
경찰의 8개월에 걸친 수사에도 결국 급발진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최근 발생한 유사사고 역시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도시철도 2호선 연호역 인근에서 발생한 전기차 택시기사 사망 사고 역시 급발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사고 택시는 연호네거리 부근 1차 추돌사고를 당한 이후 2, 3차 사고를 내고 속도를 냈는데, 사망한 택시 기사가 몰던 차량은 2019년식 현대 코나EV(전기차)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차량 급발진 입증이 어려운 환경을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제조물 책임법에 의거, 운전자가 결함 사실을 증명하고 제작사는 EDR 자료를 면죄부로 활용해왔다. 운전자는 비전문가기 때문에 규명할 수가 없다. 구조적으로 급발진을 규명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하지만 최근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를 재현 실험한 결과, 지금까지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고 판명할 때 사용하던 EDR 자료의 신뢰도가 의심된다는 게 일부 입증됐다. 경찰 등 수사기관은 EDR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증언과 같은 자료도 비중 있게 증거 자료로 채택해 급발진 여부를 규명해야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제조물 책임법을 개정해 운전자가 결함 규명할 게 아니라 제조사가 규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 급발진 의심 사고로 고통받는 운전자들 구제하고 미래의 또 다른 피해자를 막으려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또는 제조물 결함에 대한 증명 책임을 제조사로 돌릴 수 있도록 자동차 관리법의 시행령 개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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