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 최강자' 가린다…아세안-오세아닉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 5일 문경서 개막

입력 2024-05-31 06:30:00 수정 2024-06-02 18:30:27

16일까지 문경시 문경읍 문경활공랜드(단산) 일원서 펼쳐져
한·중·일·호주 등, 최고의 파일럿 자리 두고 자존심 격돌
세계 최초 아세안-오세아닉 챔피언십 문경서 개최

지난해 10월 문경에서 개최됐던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모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지난해 10월 문경에서 개최됐던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모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녹음이 짙어가는 6월 문경의 하늘에 색색깔 패러글라이더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아세안-오세아닉 대륙에서 참가한 각국 대표선수단은 누가 문경의 하늘을 재패하는 파일럿이 될지를 두고 국가 간의 자존심을 건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KPGA)는 국제항공연맹 행패러글라이딩 분과위원회(FAI CIVL)가 주최하는 '제2회 FAI 아세안-오세아닉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 대회가 오는 5일부터 16일까지 12일 간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문경활공랜드(단산) 일원에서 펼쳐진다고 밝혔다.

'제2회'라는 타이틀이 붙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아세안-오세아닉 챔피언십 대회가 취소되면서, 사실상 이번 문경 대회가 최초의 아세안-오세아닉 대륙 국가 간 경쟁을 벌이는 챔피언십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와 문경시는 지난해 10월 주최한 테스트 이벤트가 FAI CIVL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얻음에 따라 이번 6월 카테고리1급(CAT1)의 대형 국제 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아세안-오세아닉 국가 간 자존심 싸움

지난해 10월 문경에서 개최됐던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모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지난해 10월 문경에서 개최됐던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모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세계의 패러인들의 이목이 다시 한번 문경으로 집중된다. 최초의 아세안-오세아닉 최강자를 가리는 챔피언십 대회가 오는 5일부터 16일까지 문경 단산 문경활공랜드 일원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문경은 2022년 13년 만에 PWC 아시안 투어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테스트 이벤트 및 아시안 투어 개최, 올해 2월 말 'CIVL 세계 총회(Plenary meeting)'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패러글라이딩 중심지로 이름을 굳혔다.

특히 지난해 10월 열린 테스트 이벤트 및 아시안 투어는 CIVL 스튜어드(감독관) 및 각국의 파일럿으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경기 진행은 물론이고, 자연 경관, 숙소 및 한국적인 문화 체험, K푸드까지 모두 높은 평가를 받으며 문경을 전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번 '제2회 FAI 아세안-오세아닉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에는 아세안-오세아닉 대륙 소속 9개 국가 115명의 파일럿들이 참가한다. '챔피언십'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나라별로 대표선수단을 파견해 순위를 매기는 국가 간의 자존심을 건 메달 경쟁이기 때문이다.

송진석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장은 "사실 전통적으로 패러글라이딩의 강자는 유럽의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 알프스를 끼고 있는 나라들이 손꼽히다보니 새롭게 패러글라이딩이 각광받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있었다"면서 "이런 문제점에 대해 세계 패러글라이딩계가 머리를 맞댄 결과 아세안-오세아닉 국가들만 참가할 수 있도록 한 대회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 FAI가 아세안-오세아닉 챔피언십을 마련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9개국으로 참가 국가수는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한국과 중국이 각각 31명으로 가장 많은 선수를 파견하고, 호주 21명, 일본 13명, 카자흐스탄 9명의 선수단을 보내는 등 115명의 파일럿이 누가 더 멀리 더 빨리 하늘을 가르는가를 두고 격전을 벌인다. 아시아에서는 나름 패러글라이딩 강국으로 오랜 경험을 자부하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 차기 챔피언십을 유치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는 카자흐스탄, 선수단 숫자나 드넓은 자연환경 면에서 탁월한 경험치를 가진 호주까지 선수들의 열띤 경쟁을 눈여겨 볼 만 하다. 그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이 대표선수를 파견했다.

특히 이번이 첫 챔피언십 타이틀을 가져가는 대회인만큼 홈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는이점을 가진 한국 대표선수단이 승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은 원용묵 선수를 팀리더로, 원치권, 최정만, 하치경, 임문섭, 백진희 선수를 국가대표로 선발했다.

◆시민들과의 접점 넓힌 다양한 축제로

대회 기간은 5일부터 16일까지 이지만 실제로 경기가 치러지는 것은 7일부터 15일까지 9일 간이다. 나흘 간의 대회 성적을 총합산해 단체전(국가별) 우승과, 여성부, 개인종합 부문의 승자를 가리게 된다.

5일은 연습경기일로 전세계에서 온 파일럿들이 새로운 문경 지형에 적응하는 날이며, 6일에는 오전 개별 연습비행 후 오후 5시 30분부터 문경새재 야외공연장에서 개막식을 갖는다.

개회식은 아세안-오세아닉 대표선수단들이 대구 불로중학교 마칭밴드의 연주를 앞세우고 문경새재길을 따라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퍼레이드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문경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수로 자원봉사에 나선다.

개회식 당일에 문경새재를 방문하면 오전 11시부터 각종 '비행'과 관련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비행기 날리기를 비롯해 ▷페이스페인팅 ▷VR을 통한 패러글라이딩 체험 ▷문경활공랜드를 배경으로 한 인생 네컷 포토카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송진석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장은 "최고의 실력을 지닌 국가대표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엘리트 스포츠 대회이긴 하지만, 더 많은 시민들에게 패러글라이딩이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이번 개회식 이벤트를 마련했다"면서 "하늘을 날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현실로 체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막 행사 식후 공연은 퓨전국악팀 '필소굿(必 so Good)'이 무대를 꾸민다. 양성필 대구시립국악단 수석(대금연주자)을 중심으로 한 필소굿은 한국만의 전통 소리에 신나는 리듬을 더한 그들만의 소리를 통해 한국의 멋을 알릴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문경에서 개최됐던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모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지난해 10월 문경에서 개최됐던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모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지난해 10월 문경에서 개최됐던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모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지난해 10월 문경에서 개최됐던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 이벤트 모습.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자연과 교감하는 스포츠

많은 이들이 패러글라이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흔히 패러글라이딩을 익스트림 레포츠라거나, 2인승 탠텀 체험 비행(전문 파일럿이 조종하고, 승객이 앞에 앉아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형태)을 즐길 수 있는 관광 상품 정도로만 인식할 뿐이다.

패러글라이딩은 여러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는 대한체육회 소속 정식 종목단체다.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하고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등 스포츠맨십을 겨룬다.

패러글라이딩 대회는 크게 정밀착륙과 크로스컨트리(XC) 종목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번에 열리는 아세안-오세아닉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은 크로스컨트리 대회로 하루 50~100km 가량의 거리를 온전한 자연의 힘 만으로 날아 누가 더 골(goal)까지 빨리 도착하느냐로 승부를 가른다. '함께 가야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류를 찾아 고도를 상승시켜야 하는만큼 선수들끼리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독려하며 함께 날아가야하는 스포츠다.

특히 무동력으로 좀 더 하늘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태양열이 형성하는 지열을 얼마나 잘 이용하는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선수들은 수년에서 수십년씩 스스로의 기량을 갈고 닦는다. 비행역학을 공부하고 기상학을 익혀 그날의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지형, 습도에 따라 어디서 상승 기류가 형성되고 어디서 하강 기류가 생겨날지를 미리 예측하고 몸으로 익힌다.

강한 상승 기류가 형성되는데는 지형이 큰 역할을 한다. 편평한 땅이나 차가운 물 위에서 열기류를 예측하긴 힘들지만 산의 능선이 굽이굽이 이어질 경우 그 선을 따라 뭉게구름이 피어나면서 상승 기류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계적인 대회가 일반적으로 거대한 산악 지형을 가진 곳에서 치러지는 이유다.

문경은 이같은 세계적인 패러글라이딩 대회를 치르기에 최적의 지형을 가졌다. 866m라는 국내 최고 높이의 단산 이륙장에서 출발해 운달산(1,103m), 주흘산(1,106m), 조령산(1,017m), 희양산(999m), 백화산(1,063), 대미산(1,115m) 등이 문경읍을 둘러싸고 있는데다 북쪽으로는 월악산(1,097m), 북동쪽으로는 소백산(1,439m), 남서쪽으로는 속리산(1,057m)로 이어진다. 크고 높은 산들이 첩첩이 이어져 있어 스위스 알프스 못지않게 활공조건이 우수하다. 백두대간의 남한 구간의 중간 지점으로 해발 900m 이상의 명산만 23곳이나 되다보니 패러글라이딩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하기에 천혜의 입지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문경이다.

선수들은 그날의 기상에 따라 경기위원회가 정한 주어진 과제(턴포인트) 상공에 도달한 뒤 누가 먼저 목표점(goal)에 들어오는가를 점수로 환산해 기량을 가린다. 글라이더가 정확하게 해당 지점 상공에 닿았는지 여부는 GPS기록 장치를 통해 판독한다.

송진석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장은 "패러글라이딩 크로스컨트리를 위해서는 장시간 하늘을 날 수 있는 체력 훈련이 필수이며, 날아다니는 동안 계속적으로 변화하는 기류와 고도에 따라 어디에서 상승 기류가 생길 것인가 지형과 바람 등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고도의 멘탈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무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특별한 스포츠인만큼 안전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국제 규정을 따라야 한다. 대회 참가하는 선수들은 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은 물론이고 비상시에 대비한 2개의 낙하산을 하네스 장비 안에 갖추고 있어야 하며, 기상 급변화 등에 대비해 무전 장비도 필수다. 올해 대회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세계패러글라이딩월드컵협회(PWCA)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전세계 굵직한 패러글라이딩 대회 운영 경험이 많은 고란 디미스코브스키(Goran Dimiskovski)가 경기위원장(meet director)을 맡아 경기 운영 전반을 책임지며, 빌 휴 FAI CIVL회장이 대회 감독관(스튜어드)으로 파견된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벌써 3년째 외국선수들이 문경을 찾아 좋은 경기를 펼칠수 있어 기쁘다"면서 "선수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최고의 경기를 펼치길 응원한다"고 밝혔다.

제2회 FAI 아세안-오세아닉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 포스터.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
제2회 FAI 아세안-오세아닉 패러글라이딩 챔피언십 포스터.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