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 제안
◆여야 합의한 보험료율 인상만 처리하고, 소득대체율은 개악 피해야
◆22대 국회에서 소득대체율 포함해 구조개혁까지 논의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구조 개혁을 포함해 연금 개혁안을 처리하자고 역제안했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 개혁은 하루가 급하다. 국민연금이 파탄을 향해 가고 있어서다. 현재대로 가면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 완전히 바닥난다. 출산율이 더 낮아지거나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 더 빨리 붕괴될 수 있다. 이후에는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를 일으키고,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
◆더 내고 덜 받는 게 기본
연금개혁은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힘들지만 어쩔 수 없다. 덜 받으려면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수령 시기를 늦춰야 한다.
최근 연금개혁에 성과를 낸 국가들은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수령 시기를 62세에서 64세로 늦췄다. 극렬한 시위가 벌어졌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스는 고액 수령자들의 연금을 50% 삭각하고, 수령 시기를 67세로 늦췄다. 일본은 2004년 보험료율 단계적 인상 및 실질 연금지급액 삭감에 합의했다. 보험료율이 18.3%이다. 그 결과 2115년까지 재정이 꺼떡없다.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위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안을 선택했다. 이 안은 고갈 시점을 2061년으로 6년 늦추지만 누적 적자를 더 키운다. 적자 규모를 두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2093년까지 702조원이라고 했고, 보건복지부는 1천4조원이라고 밝혔다.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하는 방안이다.
연금특위는 이 안을 바탕으로 보험료율 13% 인상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 43%(국민의힘)와 45%(민주당)을 놓고 티격태격하다가 합의 무산을 선언했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주장하는 여론이 높았지만 여야는 외면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2대 국회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21대 국회에서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22대 국회로 넘겨 충실하게 논의하자고 했다.
대통령이 추후 개혁에 방점을 찍으면서 정부 여당이 운신할 폭이 좁아지면서 연금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재명 대표의 갑작스러운 제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3, 24일 잇따라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안 국회 통과를 주장했다. 여야 간 소득대체율에서 큰 차이가 없는 탓에 22대 국회로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영수회담도 거듭 요구했다.
민주당은 28일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결, 양곡관리법, 민주유공자법 등을 처리하면서 국민연금 개혁안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당황했다. 이 대표가 내부적으로 검토했던 국민의힘 안(44%)도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탓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쟁점 법안 통과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연금개혁 본질보다 국민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안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제안을 마냥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거부할 경우 연금 개혁의 무산에 대한 비판 화살이 정부 여당에게 쏠리는 것도 부담이다.
게다가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연금특위부터 구성해야 한다. 새 특위가 연금 문제를 공부하고 개혁안을 만들려면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그 사이 2026년 지방선거, 2027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다. 여야 모두 표심에 영향을 주는 연금개혁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보험료율 인상만 입법화
국민연금 개혁 방향은 명쾌하다. '더 내고 덜 받아야' 지속 가능한 연금이 된다. 현재 여야는 보험료율 현행 9%에서 13% 인상안은 합의했다. 1998년 보험료율 9%에 합의한 이후 26년 만에 13%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이다.
보험료율을 올리는 데 사회적 합의를 이룬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생애평균소득의 40%인데 '내는 돈'(보험료율)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인 연금 구조가 재정 파탄을 부르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보험료율 13%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오르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보험료율은 18.2%다. 13%로 올려도 OCED 평균에 못 미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보험료율은 9%로 그대로 둔 채 소득대체율은 60%에서 40%로 낮췄다. 당시 "반쪽 짜리 개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소득대체율을 20% 포인트나 낮춘 것은 놀라운 일이다.
40%인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려는 것은 개악이다.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보험료율 인상 효과가 상쇄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소득대체율 43~44%(국민의힘), 45%(민주당) 등이 주장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 특히 재원 마련 대책도 없으면서 섣불리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건 개악 중에 개악이다.
학술단체인 연금연구회는 "현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올리면 우리 자녀, 또 그들의 자녀 세대의 희생이 불 보듯 뻔하다"며 강력 반대했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사실상 합의한 보험료율 13% 인상안만 통과시키면 된다. 여야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소득대체율은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것이다. 2007년 소득대체율만 낮추고 보험료율을 인상하지 못하는 '반쪽 개혁'을 이룩(?)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때와 반대로 보험료율만 인상하고 소득대체율 논의를 22대로 넘기자는 것이다.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개악을 피하면서 재정 파탄의 주범으로 평가받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 처리를 요구하는 이재명 대표도 여당으로부터 순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안이다.
22대 국회에서 특위를 만들어 소득대체율을 포함한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신연금 도입 등 구조개혁 문제도 논의해 100년 앞을 내다보는 국민연금을 만들어야 한다.
소득대체율은 1~2%포인트 차이가 작아 보여도 수십년간 누적되면 엄청난 적자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재원 마련 대책도 없으면서 섣불리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건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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