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쇼펜하우어의 논쟁 대화법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펴냄
"쇼펜하우어의 38가지 논쟁 대화술에 통달한 자, 모든 토론과 논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논쟁에서 이기는 말싸움 기술이다. 누군가는 대철학자의 조언 치고는 너무 노골적이고 천박하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쇼펜하우어는 다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첫째, 어떤 주장이 '진리의 편에 서 있는가'와 그 주장이 '논쟁 상대와 논쟁을 듣는 청중 모두의 동의를 얻어 진리의 편에 선 것처럼 보이는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인데, 현실의 모든 논쟁은 후자의 문제다. 둘째, 논쟁 대화법은 인간이라는 생물 종이 지닌 태생적 '악의'에서 비롯됐다. 그렇기에 순수하다 못해 순진하기 짝이 없는 태도로 토론과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전쟁터에 총 대신 꽃이나 십자가를 들고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다수 사람은 논쟁이 시작될 때 '진실이 자기 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논쟁이 진행되면서 논쟁 상대 양측 모두 확신을 잃고 회의에 빠진다. 결국 진실을 확정하는 것은 논쟁의 결과 뿐이다. 이렇듯 대화술은 진리나 진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생각해 보자. 죽고 사는 결투에 나선 검투사가 자기가 옳은지 그른지 신경 쓸 여유가 있는가? 한마디로 대화술은 '머리로 하는 검술'이다. 찌르기와 막기, 이 두 가지에만 매진하면 된다. 이렇게 단순한 관점으로 보아야만 대화술이 효과적인 특유의 기술로 정립된다."(38페이지 중)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토론이나 논쟁 상황을 노련한 검술이 뒷받침돼야 하는 전투나 전쟁으로 비유한다. 마치 무사가 잠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칼을 날카롭게 벼리고, 방패에 부서진 곳은 없는지 수시로 꼼꼼히 점검하고, 전투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검술을 연습하듯 어떤 토론과 논쟁에서도 지지 않도록 논리정연한 말솜씨를 갈고닦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논쟁 상대의 혼을 빼놓고 두 손 들게 만드는 쇼펜하우어식 대화의 기술은 총 38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기술은 '확대해석하라'다.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넓은 의미로 해석하고 일반화하고 과장하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당신의 전략을 감춰라'다. 당신이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상대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라는 것. 또 다른 전략은 '상대를 화나게 만들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격해 상대를 노엽게 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순서를 뒤죽박죽 바꿔 질문하라'는 전략도 있다. 대체로 순서를 바꿔 질문하면 상대는 당황하고 헤매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어라'는 조언도 있다. 인신공격 대화술은 궁지에 몰렸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밖에 '일반화하고 단순화하라', '질문하라', '궤변에는 궤변으로 맞서라', '당신이 원하는 답과 상반되는 질문을 하라', '상대를 자극하여 선을 넘게 하라', '상대의 결론을 교묘히 조작하라', '청중을 끌어들여라', '덫에 걸린 상대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라', '이론으로는 맞지만 현실에서는 아니라는 역지 기술을 활용하라' 등도 어떤 토론과 논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비법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쇼펜하우어식 대화의 기술은 자못 충격적인 주장이기는 해도 상당히 실용적이다. 이는 현학을 멀리하는 솔직함과 군더더기 없음,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 본성과 인간관계의 본질, 인간사회의 구조 및 작동 원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에서 비롯된다. 과녁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 정곡을 꿰뚫는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정신이 번쩍 나게 할 만큼 현실적이고 지독하리 만큼 냉혹하며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전략적이다. 156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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