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의 의대 증원 확정 ‘초읽기’…정부 손 들어준 법원

입력 2024-05-16 18:57:52 수정 2024-05-17 00:02:23

고법, 집행정지 항고 각하·기각…尹정부 의료개혁 동력 확보
“의대생 손해보다 공익이 우선”…韓총리 “내년 입시 신속 마무리”
정부 이달 내 대학별 정원 확정…“대법 재항고”의료계 반발 계속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호 사회부총리, 한 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주호 사회부총리, 한 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배분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의 우호적 결정에 힘입은 정부는 "필수의료, 지방의료 붕괴를 이대로 방관한다면 책임 있는 정부라 할 수 없다"며 의료개혁 의지를 재차 강조, 27년 만의 의대 증원 확정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16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부장판사)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먼저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은 1심과 같이 이들이 제삼자에 불과하다며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아닐 때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의대 재학생들은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의대생들의 경우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일부 희생해서라도 증원·배분 처분이 계속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대생 신청인들의 학습권 침해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성은 인정될 수 있지만, 이 사건 처분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의대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의대 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할 때 매년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주호 사회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16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주호 사회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16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법원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며 "정부는 사법부의 현명한 결정에 힘입어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아직 우리 앞에 의료계 집단행동이라는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남아있지만, 오늘 법원 결정으로 우리 국민과 정부는 의료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 국민 여러분이 감수하는 고통을 송구하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고 대학별 모집인원을 발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담화에서 일부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교육의 질 저하 문제도 일축했다.

한 총리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선진국 수준의 교육 여건을 만들기 위한 의대 교육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지난 4월 정원이 늘어난 32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교육 여건 개선 수요를 조사했고, 집중적인 재원 투자계획 수립과 국립대 교수 1천명 추가 채용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의사단체와 의대생 등 의료계 반발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의사 측 대리인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재판부 결정에 대해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며 "대법원이 기본권 보호를 위해 이 사건을 이달 31일 이전(정부의 증원 확정 전)에 심리·확정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전날에는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각하·기각 시 '매주 1회 휴무', '1주일간 휴무'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주호 사회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16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주호 사회부총리,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16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