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국가 소멸 위기, 유일한 해법은 ‘지방’

입력 2024-05-15 16:39:27 수정 2024-05-15 18:12:19

이상준 경북부장

이상준 경북부장
이상준 경북부장

흐르는 시냇물에 발을 담근 채 무릎 위 컴퓨터로 화상회의를 하는 프로그래머, 회사 마당에서 해먹에 누워 일하는 시스템 엔지니어…. 일본 도쿠시마현 외곽의 해발 1천m 산골 마을 '가미야마'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사는 사람들과 변화한 시대에 맞춰 업무 혁신에 나선 기업들이 있다.

언제부턴가 이곳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실질적으로 맞추고 싶은 이들, 원격근무 같은 새로운 업무 방식을 실험하는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IT 기업 종사자뿐 아니라 해외에서 건너온 예술가, 아이들을 여유롭게 키우고 싶은 젊은 부부 등이 가세했다. 마을의 미래를 책임질 학령인구(만 6~21세)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고등전문학교까지 새롭게 문을 열었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생·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마주한 일본은 '지방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도시의 경쟁과 삶의 피곤함을 피하는 낭만적 대상으로서의 지방이 아니다. 또 다른 행복한 삶을 구현하는 기회의 장이자, 인구 감소 위기의 돌파구로 '지방'을 재발견한 것이다.

일본은 2014년 9월 아베 내각 때부터 도쿄 인구 집중을 해소하고 지방 인구를 확대하는 '지방창생(地方創生)' 전략을 추진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도심부의 거점 기업에 그대로 몸을 담은 채 지방으로 이주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창생 텔레워크'(이직 없는 이주) 사업까지 도입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지방'은 어떠한가?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모든 재정과 권한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인구 소멸 국가 1호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2750년에 국가 소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채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한민국 소멸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수도권 집중에 있다. 전 국토의 0.8%에 불과한 서울에 전 국민의 절반이 모여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비정상이다. 우리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지난 15년간 38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서울 출산율은 오히려 0.59명(2022년 기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이 같은 저출생 정책 실패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실패 사례와 데칼코마니처럼 같은 양상을 띤다"며 "중앙 부처, 수도권 중심의 정책 설계가 저출생 대책의 실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저출생을 극복하려면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유목민 사회'가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정주형 사회'로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13일 저출산 극복을 위해 미혼 남녀 만남 주선에서부터 출산, 돌봄, 주거 등 전 주기에 이르기까지 1조2천억원 규모의 예산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등 재정과 인력 전 부문에 걸쳐 지방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합계출산율을 OECD 평균(1.58명대)까지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국가적 재앙으로 떠오른 저출생 문제는 수도권 중심 대책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저출생 문제를 풀어낼 유일한 해법은 바로 '지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