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두려워진 중국 여행

입력 2024-05-08 20:02:37 수정 2024-05-08 20:05:07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2박 3일의 칭다오(靑島) 여행 패키지 상품이 19만9천원이다. 11만9천원짜리도 있다. 칭다오행 편도 항공권 가격에도 못 미친다. 중국을 찾는 관광객 급감으로 여행사들이 초저가 여행 상품을 내놓아도 중국 여행에 대한 반응은 시들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부터 2년여간 중국은 코로나 확산을 우려, 외국 항공사의 베이징 공항 이착륙을 불허하고 비자 발급까지 통제하면서 주재원을 제외한 외국인의 중국 여행을 금지하다시피 한 바 있다. 코로나 이후 중국이 다시 문을 열었지만 지난해 중국을 찾은 외국인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의 60% 수준에 그쳤다.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도 코로나 이전의 10%에 그칠 정도로 급감했다. 올 2월 중국 CCTV가 "방중 한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900% 증가했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바닥세였던 전년도 관광객과 비교한, 중국 당국의 의도적인 중국 관광 띄우기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년여 만에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순방에 나서 중국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 이후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5분의 1로 떨어졌다. 중국의 투자 매력이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방문 기피 국가로 전락한 듯하다. 이는 미·중 대결에 따른 반중(反中) 정서 악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해부터 '반(反)간첩법'과 데이터보안법·국가기밀보호법을 강화하면서 통제 장벽을 높게 쌓은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반간첩법은 기업인의 시장 조사나 관광객의 사진 촬영 등도 간첩 행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강화됐다. 또 5월부터 시행된 개정 국가기밀보호법은 국가 기밀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정의돼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내외국인의 일상을 통제한다.

중국은 가벼운 마음으로 관광에 나섰다가 간첩으로 몰려서 처벌될 수도 있는 두려운 나라가 됐다. 홍콩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중국화가 완성된 홍콩에서도 지난달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통과 시행되면서 중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강력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설렘보다는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중국·홍콩 여행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