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여자’, 발달장애예술가들의 ‘그림 엄마’ 되다…대구 찾은 한젬마 예술감독

입력 2024-05-08 10:33:43 수정 2024-05-23 10:41:03

어울아트센터 ‘그림엄마와 함께하는…’ 전시
지난해 이어 시즌2 예술감독으로 참여
직접 발굴·멘토링한 발달장애예술가 작품 전시
“자신의 재능 당당히 선보이는 주인공들이길”

한젬마 예술감독이 윤진석 작가의
한젬마 예술감독이 윤진석 작가의 '사랑해요! 젬마선생님' 그림 앞에서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어울아트센터 제공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이 도움이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당당히 사회에 나누고 펼쳐보일 수 있는 주인공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잘 알려진 한젬마 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지난 7일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를 찾았다. 지난해에 이어 '그림엄마와 함께하는 이야기도, 그림도, 남달라-시즌2' 전시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했기 때문.

그는 10여 년간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국내외에서 수많은 전시를 기획해왔다. 지난해 '시즌1' 전시가 대구·경상권 발달장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그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그림엄마'에 소속된, 전국 12개 지역과 미국에서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로 확대됐다.

한 예술감독은 "대구는 지역적 파워에 비해 발굴되지 않은 원석들이 많았다"며 "지난해 전시를 계기로 작가 발굴의 물꼬를 트게됐고, 대구 작가들도 커뮤니티가 구축되며 뭉치는 힘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섬세한 관찰력과 톡톡 튀는 색감, 자유로운 구도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작품 옆에 놓인 포트폴리오에는 작가들이 매일 차곡차곡 쌓아온 예술에 대한 열정이 담겼다.

"이들은 적어도 그리는 재능에 있어서만큼은 정말 최고예요. 전시를 통해 두 말할 필요 없이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주는 것, 그것이 예술의 힘이죠. 또한 억눌리고 좌절하던 시간들을 딛고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작가의 부모들을 보며 에너지와 희열을 얻고, 또 많이 배웁니다. 단지 작품 전시가 아니라 작가들의 가족에게, 나아가 또 다른 장애 가족들에게 위로와 응원, 희망과 꿈의 파장을 퍼트리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전민재, 가족사진, 2023, Acrylic on canvas, 72.5x91cm.
전민재, 가족사진, 2023, Acrylic on canvas, 72.5x91cm.
피터안, Jungle Joe&100Animal Friends, Acrylic on canvas, 152.4x121.92cm.
피터안, Jungle Joe&100Animal Friends, Acrylic on canvas, 152.4x121.92cm.
'그림엄마와 함께하는 이야기도, 그림도, 남달라-시즌2' 전시가 열리고 있는 대구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금호 전경. 이연정 기자

한 예술감독은 그간 수많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멘토링해왔다. 그들의 작품은 전시마다 호평 일색이고, 비장애인과 함께 참여하는 대회에서도 잇따라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그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하다. 그러한 작가 고유의 세상을 존중하고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며 "부모조차 이건 낙서 아니냐, 이게 무슨 작품이냐, 라고 하는 그 남다른 부분을 이끌어내 가능성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활동 초창기에 부산에서 처음 발달장애 예술가들을 만났을 때 재능이 훌륭해서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선생님, 저를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라고 하더라. 그만큼 사회적으로 낯선 분야였고 작품을 선보이거나 실력을 인정 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정부나 기관에서 관심을 높여가고 있고, 뛰어난 상상력과 독창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이들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고 있음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 예술감독은 앞으로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하며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그림을 통해 발달장애 예술인들이, 또 가족들이 서로 손 내밀어주고 손 잡아줍니다. 그렇게 서로가 힘이 돼주고 뭉치며 가는 것이 세상을 살린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가 또 반향을 일으켜, 이들이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