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가자지구…라파 지상전 초읽기 속 휴전협상은 재개

입력 2024-05-07 15:48:49 수정 2024-05-07 18:00:04

이스라엘 "공격 불가피"…탱크 라파 진입, 예비 군사작전
하마스, 휴전중재안 수용…이스라엘, 불만 속 협상 참여
주변국 '추가 대학살' 우려…미국 "중대한 단계"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쪽 구역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쪽 구역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휴전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가자지구가 또다른 참사 위기에 몰렸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준비에 돌입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세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이스라엘 탱크 앞세운 지상전 준비

이스라엘군은 6일(현지시간) 지상전을 예고한 직후 라파의 동부 외곽을 공습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전투기로 라파 근처 테러리스트 시설 50곳 이상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 지상군의 라파 진입을 위한 예비적 군사작전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의 민간인에게 해안에 있는 알마와시 등 지정된 피란처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에 "임시대피를 촉구한다"며 "그 과정은 향후 상황평가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는 지난 5일 라파 근처에서 가자지구 북부 분리장벽 근처에 있는 이스라엘 검문소를 로켓으로 공격해 군인 3명을 죽인 바 있다. 이스라엘은 애초 전쟁의 목표인 하마스 전면해체를 달성하려면 라파에 은신한 하마스 수뇌부를 제거하는 게 필수라고 간주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파에 이미 탱크까지 진입시켰다. 대규모 지상전을 위한 준비 태세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인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 쪽 구역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준비에 돌입했다. 6일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한 여성 주민이 울부짖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준비에 돌입했다. 6일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한 여성 주민이 울부짖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하마스 휴전안 수용, 이스라엘 거부

하마스는 이집트, 카타르가 제시한 가자지구 휴전안을 수용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 정치국장이 카타르 총리, 이집트 정보국장에게 휴전안을 수용한다는 결정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한 휴전안에는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교환,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철수가 이뤄지기 전까지 양측이 군사행동을 멈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의 다음 단계에는 이집트, 카타르, 유엔 등의 감독 아래에 3∼5년에 걸쳐 가자지구 재건계획을 이행한다는 내용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해제 등이 포함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수용한 휴전안에 대해 거부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 제안이 이스라엘의 핵심 요구를 충족하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을 극대화할 노력의 하나로 이집트에 고위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준비에 돌입했다. 6일(현지시간) 민간인들이 달구지에 타고 피신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준비에 돌입했다. 6일(현지시간) 민간인들이 달구지에 타고 피신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국제사회 대학살 우려 공격 반대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반대하고 있다. 지상전이 닥치면 가자지구 인구 230명의 절반이 넘는 140만명이 피란한 면적 64㎢ 도시 라파에서 민간인 대량살상이 우려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규모 군사작전이 임박한 징후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란민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거부돼온 안전을 찾아 헤매고 있다"며 "국제인도법(전쟁범죄 규정하고 처벌하는 국제법)에서 민간인 보호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가자지구 지상전에 반대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우리는 1백만명 넘는 무고한 민간인을 더 큰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라파 작전에 대해 우리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라파 지상전을 '새로운 대학살'로 우려하며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중동에 파견해 하마스의 휴전 중재안 수용을 평가하고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앞두고 민간인 대피 작업에 돌입했다. 6일(현지시간) 민간인들이 달구지에 타고 피신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앞두고 민간인 대피 작업에 돌입했다. 6일(현지시간) 민간인들이 달구지에 타고 피신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준비에 돌입했다. 6일(현지시간) 민간인들이 차를 타고 라파를 떠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 준비에 돌입했다. 6일(현지시간) 민간인들이 차를 타고 라파를 떠나는 모습. AFP 연합뉴스

◆폭격 공포 속 피란 행렬 줄이어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이 내려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동쪽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이 폭격의 공포 속에 다시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마 알-카흘루트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라파 동부에서 많은 시민이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폭격이 거세진 후 이동 규모가 커졌다"며 "수천 명의 시민이 집을 떠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서부 해안 쪽 알마와시의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한다면서 라파 동부에 머무는 주민에게 이곳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라파 동부에는 비까지 내려 피란길 시민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당나귀 등에 아이들과 세간살이를 싣고 떠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비에 젖은 흙길을 걸어서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구호 단체들도 라파 공격을 경고했다. 영국 구호단체 액션에이드는 "100만명이 넘는 피란민을 안전한 목적지도 없이 대피시키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라파에 갇혀 있던 약 60만명의 아동이 강제 이주 명령으로 더 큰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