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오빠 미안해"…아내 죽인 변호사 남편, 범행 순간 고스란히 녹음됐다

입력 2024-05-06 18:01:55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녹음 파일 일부가 공개됐다. SBS 캡처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녹음 파일 일부가 공개됐다. SBS 캡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에서 범행 당시 상황이 녹음된 음성 파일 일부가 공개됐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허경무) 심리로 미국 변호사 A씨(51)의 살인 혐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자택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후 별거 중이던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둔기로 내려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법정에서는 범행 전후가 녹음된 음성 파일 일부가 재생됐다. 유족에 따르면, 피해자는 이혼을 결심한 이후 A씨와 만날 때마다 녹음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수사 과정에서는 녹음 파일을 확인할 수 없었다. 유족은 오랜 노력 끝에 잠금을 풀어냈고, 140분 분량의 녹음파일에는 피해자가 별거 중이던 A씨 집에 도착했을 때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파일은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일부 공개됐다. 피해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들에게 "잘 있었어? 밥 먹었어?"라며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후 그날 방문의 목적이었던 딸의 짐을 챙긴 것으로 보이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당시 피해자는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었다. 어머니와 함께 있고 싶다는 딸의 요구에 따라 두 사람은 다른 집에서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A씨는 피해자에게 "아니 거기서 사면 되잖아. 여기 두고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여기 많잖아. 많아서 그래. 한 개만 줘. 당장 없어서 그래"라고 했다. A씨는 "당장 없는 걸 어떻게 해. 그러면서 무슨 custody(양육)를 한다는 얘기야"라며 피해자를 나무라는 듯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는 "아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퍽' '퍽' 둔탁하게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A씨는 "억!" "억!" 소리를 냈다. 이어 피해자는 "미쳤나 봐"라면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피해자의 비명 소리를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이후 피해자는 힘겹게 "오빠 미안해"라고 내뱉었다.

유족은 "이러고 죽었다"면서 "(A씨 집에) 들어간 지 딱 10분 만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일 마지막에 (A씨가) '침착해 ××' 이런다"면서 "이거(녹음파일) 발견한 날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재판에서 공개된 녹음파일에서는 A씨가 범행 후 다선 국회의원을 지냈던 아버지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는 음성도 재생됐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범행을 멈출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살해한 것으로 우발적인 범행이라 볼 수 없다"며 "범행 경위와 수법, 이후 태도 등에 비춰보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사는 이를 두고 "피해자는 억울함을 요청하듯 녹음 파일을 남겼기에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그동안 주장이 거짓이란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아들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와 가격당하며 지르는 비명, 마지막 숨소리가 생각나 울컥한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A씨는 최후변론에서 당시 심경에 대해 "공황 상태였고 판단력도 없어 정상적인 심신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과거 정신과 치료 병력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심신미약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일어나서 와이프와 유족들에게 큰 고통을 드려 진심으로 잘못했다"면서 "비극적인 사건으로 화목한 가정을 꾸리려는 소망도 잃고 제일 존경하는 평생 반려자도 잃는 등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도 이해할 수 없다"고 울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