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 ‘집권 3년 차 증후군’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입력 2024-05-06 12:14:05 수정 2024-05-06 16:20:49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이한다. 집권 3년 차가 공식적으로 출발하는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집권 3년 차는 임기 반환점을 도는 소위 '꺾어지는 시점'이다. 역대 정권들은 예외 없이 '집권 3년 차 증후군'을 겪었다. 김영삼 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 등 대형 재난으로 '사고 공화국'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개혁 피로감이 생기고 1995년 6월 지방선거 참패로 국정 운영의 동력이 흔들렸다. 김대중 정부는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 문제를 놓고 DJP 연대와 결별하면서 개혁 추진 동력이 크게 약해졌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치적에도 잇따른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았다. 노무현 정부는 행담도 개발 의혹 등이 터지고 부동산값 폭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이 제안한 야당과의 대연정 구상은 여당에서도 외면당하면서 당·청 갈등이 증폭됐다. 이명박 정부는 '영포(영남+포항) 라인' 인사 편중 논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 의욕적으로 추진한 세종시 수정안의 박근혜 전 대표 반대로 부결되면서 여권 내부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정윤회 문건 등 비선 실세' 파동에 이어 '성완종 리스트', 청와대와 비박 김무성 대표 간의 당·청 갈등이 심화되었다. 문재인 정부 때는 특별감찰반 민간인 사찰 의혹 확산과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휩싸인 조국 장관 임명 사태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 총장 간의 갈등이 증폭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런 집권 3년 차 '증후군'을 '저주'라고 일컬었다. 여하튼 한국 정치에서 집권 3년 차 증후군의 특징은 권력형 게이트가 터지고, 집권층 내에서의 내부 분열로 당·청 간 불협화음이 나타난다. 인사·정책 실패로 민심이 이반되고 공직 기강 해이가 심해지며 개혁의 속도는 더져지고 개혁 피로감이 쌓인다. 이로 인한 대통령 지지도 하락과 선거 참패라는 공통의 과정을 밟았다.

기록적인 총선 참패로 윤석열 정부의 집권 3년 차 통치 환경은 역대 최악이다. 윤석열 정부는 야당 협조 없이는 국정 과제 입법과 예산, 인사권 행사 등에서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한마디로 한 국가 안에서 행정 권력과 의회 권력이 국가 통치권을 두고 극렬한 싸움을 벌이는 이른바 '극단적 이중 권력의 시대'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역대 정권이 겪었던 '집권 3년 차 증후군'에서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모자랐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집권 3년 차에 국민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없다면 레임덕이나 국정 혼란이 우려된다. 윤 정부는 노동·연금·교육·규제 개혁 같은 핵심적인 국정 과제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서라도 개혁 과제에 성과를 내야 한다.

둘째,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방식의 전환을 통해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 야당과의 소통, 언론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 시간 70%를 야당 인사와 만나 협조를 구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 달에 1.7회씩 언론과의 만남을 가졌다. 거대 야당과의 소통을 위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정례화하고, 야당이 동의하는 '정무형 국무총리'를 뽑아 정책 협치의 물꼬를 터야 한다.

셋째,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집권층의 권력 부패를 막기 위한 고강도 조치가 필요하다. 대통령실은 민심 청취와 공직 기강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폐지했던 민정수석실을 부활하려고 한다. 이것도 필요하지만 대통령실 배우자를 보좌하고 친인척 비위를 예방하기 위한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넷째, 대통령이 과거와 같이 수직적 관계를 통해 집권당을 지배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권 세력의 균열이 집권 3년 차에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당·청 간 불협화음이다. 집권당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갖고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윤 대통령은 대통령 눈치를 보는 여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일조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대통령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