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장 주민소환 각하'에 봉합되던 상주신청사 갈등…시의회 '예산 삭감'에 재점화

입력 2024-05-06 15:59:40 수정 2024-05-06 17:53:27

상주시의회 예결위, 행안부 공적 타당성심사용 예산 전액삭감 “찬반 여론조사 다시 하라” 요구
한달 전만 해도 신청사에 개인 사무공간 주문하더니 한달만에 돌변
"'신청사 반대 주민소환' 각하로 사실상 결론…여론조사 또 하라니 납득 못해"

상주시청 전경
상주시청 전경

경북 상주시청·시의회 통합신청사 건립 문제로 촉발됐던 지역민 분열이 봉합되자마자 상주시의회가 돌연 '타당성 조사 용역 수수료 전액 삭감'을 결정하면서 불씨가 재점화할 조짐이다.

상주시의회는 지난 3일 제226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고 '통합청사 건립사업 타당성조사 약정 수수료' 1억5천만원 전액을 삭감했다. 앞서 2일 관련 상임위원회인 시의회 총무위원회도 이를 전액 삭감 결정한 바 있다.

시의회는 "상주시민들이 신청사를 찬성한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니 찬반 여론조사를 다시 하라"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 예산은 행정안전부가 신청사 건립의 객관적이고 공적인 타당성 조사를 벌이기 위한 수수료다. 수수료를 지불하면 행안부 타당성 조사를 거쳐 가능·불가 판정을 받는다. 해당 조사로 결론을 내기도 전에 수수료 예산 삭감을 강행하면서 공적 조사 기회조차 차단했다는 지적이다.

시의회가 한달 만에 돌연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사태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시의회는 앞서 신청사 건립을 위한 조례를 통과시켰던 데다, 지난 3월 28일 '신청사건립 타당성 기본계획 수립용역회'에 시의원 모두가 참석해 '의원 개인별 사무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도 했다. 당시만 해도 여론조사를 다시 하라는 요구는 없었다. 그러다 4월 한달이 지나자마자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시의원들도 입장 변화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 않다 보니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일부 의원은 예산 삭감 이유를 묻는 시 관계자들에게 "우리에게 묻지 말라"고 잘라 말해 '묻지마 삭감' 지적을 받기도 했다. 상주시의회는 전체 의원 17명 가운데 16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신청사 건립 문제가 잇따라 표류하면서 시민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현 청사는 건립한 지 35년이나 돼 낡았고 일부 부서가 시청 밖 민간 건물을 빌려 쓸 만큼 협소하다. 이에 시에서 지난 2001년부터 기금을 적립해 1천300억원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해 민간인 등으로 구성된 신청사건립추진위가 여론조사를 해 시민 80% 이상이 신청사 건립에 찬성했다.

신청사 건립 예산은 1천6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일부 시민단체가 "상주시 재정을 고려하면 신청사 건립은 시기상조"라며 강영석 상주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청구하는 등 반대 입장을 표명해 지역민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상주시의회도 해당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주시선거관리위원회 조사 결과 당시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의 상당수가 무효로 나왔고, 사실상 시민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청구도 각하됐다.

지역사회에선 "여론조사와 주민소환 결과로 보아 시민 의견은 충분히 수렴됐다. 이제 갈등을 털고 공적기관의 심사를 기다리자는 게 민심이었다"며 "공적 기관에 맡기려던 심사 기회까지 시의회가 무단 박탈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또 한번 여론조사를 하다 허송세월만 보내면 도대체 언제쯤 신청사를 짓겠느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상주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시의원들이 따로 뜻을 모은 적은 없으나, 각자 소신대로 전액 삭감 의사를 나타냈다"며 "의원 간 담합하거나 사전 조율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