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이무식 사진작가의 아버지 고(故) 이형구 씨

입력 2024-05-30 13:30:00 수정 2024-05-30 17:47:49

아버지는 안강전투 참전용사…평소 "호국 생각하라" 강조

어릴적 가족사진. 왼쪽부터 첫째아들 이인식, 아버지 고 이형구, 셋째아들 이진용, 어머니 최주문, 둘째아들(본인) 이무식, 맏누나 이희자 씨. 이무식 씨 제공
어릴적 가족사진. 왼쪽부터 첫째아들 이인식, 아버지 고 이형구, 셋째아들 이진용, 어머니 최주문, 둘째아들(본인) 이무식, 맏누나 이희자 씨. 이무식 씨 제공

아버지는 1930년에 태어나 75세의 나이인 2004년에 돌아가셨습니다. 벌써 세상을 떠나신지도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가정의 달 5월과 호국의 달 6월이 되면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아버지는 6·25 전쟁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자랑스러운 참전용사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고향인 경남 사천시 사천읍 구암리에서 22세의 나이 때 같은 마을 친구 7명과 함께 군에 입대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참전한 나머지 친구는 모두 전사하시고 아버지만 살아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전사한 친구들 생각에 숱한 나날들을 눈물로 보내셨다고 합니다.

6·25 전쟁 당시 아버지는 포항전투와 안강전투에서 싸우셨다고 합니다. 안강전투 때 다리와 귀 밑에 크게 부상을 입고 육군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후 아버지는 자식들을 위해 국가유공자가 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증거 부족으로 국가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전쟁중 병원 기록 서류가 불에 타 없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결국 유공자가 되지 못하고 참전용사로 인정 받아서 지금은 영천호국원에 영면해 계십니다.

아버지는 6·25 전쟁 중 전투 병사부 사령부(병무과)에 근무할 시 지금의 어머니를 만나 결혼하셨고 제1과 만기 제대했다고 하셨습니다.

전쟁 세대라 그런지 아버지는 항상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며 사셨습니다. "우리가 잘 살아야만 통일을 빨리 이룰 수 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우리 가족에게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남을 배려하고 남에게 절대로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이 말씀도 아버지가 늘 입버릇처럼 하신 말씀입니다.

아버지는 3남 1녀를 훌륭하게 키우셨습니다. 내가 어릴적 아버지는 엄하시고 따뜻한 편이었습니다. 내가 나이 들어서는 친구 같은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평소에 자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씀을 한번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아버지의 말투와 표정으로 사랑을 느끼곤 했습니다. 요즘 와서는 그런 아버지의 인자하신 모습이 자꾸 떠오릅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겠지요.

지난해 12월 어머니를 모시고 구순 여행을 가족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하고 많은 생각이 났습니다.

지난 5월 11일은 아버지의 기일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보고 싶고 그리움을 느꼈습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아버지는 항상 바쁘셨습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제가 태어나서 홍역으로 죽을 뻔 했던 것을 살리셨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쯤인가 어느날 아침 밥을 먹는데 갑자기 앞이 안보였습니다. 가족들은 내가 시력을 잃지 않을까 안절부절했습니다. 그때 아버지께서 두 눈이 안보이는 저를 업고 이 병원 저 병원 뛰어다녀셨습니다. 결국 시력을 회복해 완치됐지만 당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덕분으로 지금까지도 안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눈이 좋아졌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죄송한 마음도 있습니다. 아버지와 단둘이 여행을 다녀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뭐 그렇게 바쁘게 살았는지 지금은 후회가 몰려옵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시니 잘 해야 겠다고 마음 먹곤 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잘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항상 가정의 달 5월과 호국의 달 6월이 되면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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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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