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버너에 화상 입은 초등생…학교 야영, 믿고 보내도 되나

입력 2024-05-01 18:10:10 수정 2024-05-01 21:42:52

숙박형 체험활동 안전관리 도마 위
조리 활동 중 옷에 불붙어 팔뚝·배 부위에 2~3도 화상 입어
크고 작은 안전사고 빈번히 발생…과거부터 안전성 우려 제기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한 초등학생이 대구시교육청의 숙박형 체험활동 중 심한 화상을 입어 이 사업의 미흡한 안전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5시쯤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가스버너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6학년 A양의 옷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A양은 응급 조치 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팔뚝, 배 등의 부위에 2~3도 화상을 입어 손상된 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현재 입원 중이다. 치료 경과에 따라 피부 이식 수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형 체험활동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한 시교육청의 특색 사업이다. 매년 초등학교 6학년(팔공산수련원), 중학교 1학년(낙동강수련원), 고등학교 1학년(해양수련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1박 2일 동안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숙박하며 다양한 활동들을 체험한다.

숙박형 체험활동 프로그램들 중에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직접 식사를 조리하는 과정이 포함돼있다. 이 과정에서 냄비, 프라이팬, 가스버너 등 학생들이 평소 잘 사용하지 않은 화기들을 다뤄야 해 크고 작은 화상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 칼, 가위 등 날카로운 주방기구로 자상을 입는 학생이 자주 발생하는 등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6년엔 라면을 끓이던 중 한 학생이 냄비를 발로 차는 바람에 조리하던 학생이 팔, 허벅지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화상 수술을 받고 한 달 이상 입원하기도 했다. 이에 가해학생 측에서 치료비로 2천만원 상당을 배상했다.

이 밖에도 뜨거운 물에 허벅지에 화상을 입거나 밥을 하다가 손가락에 화상을 당하는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발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과거부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담임교사 1명이 한 학급의 30명이 되는 아이들의 테이블을 모두 관리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며 "수련원 소속 안전지도사들이 있지만 3개 학급에 1, 2명을 배치하는 수준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석완 대구한의대 소방안전환경학과 교수는 "주의성이 부족한 학생들이 불을 직접 다루기에는 위험 요소가 있다"며 "교육 목적으로 조리가 꼭 필요하다면 가스버너 대신 인덕션 등 좀 더 안전한 가열 기구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숙박형 체험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협동심을 배우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등 교육적 장점이 큰 만큼 해당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안전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안전지도사를 증원하는 등 안전한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 당장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