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쉬는 날 엄마 택배일 돕다 숨진 중학생…가해 운전자 '집유'

입력 2024-05-01 15:35:52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판결 확정
사흘 전부터 좌회전 신호 고장난 사실 드러나

법원 이미지. 매일신문 DB
법원 이미지. 매일신문 DB

학교 재량휴업일에 엄마의 택배일을 돕다가 과속·신호위반 차량과 충돌해 중학생이 숨진 사고의 가해 운전자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고 당시 교차로의 직·좌회전(직좌) 동시 신호기의 좌회전 표시등이 고장이 나 행정당국에 접수가 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16)군은 재량휴업일이던 지난해 6월 5일 오전 6시 39분쯤 어머니 B씨의 택배 배달일을 돕고자 B씨가 운전하는 1t 화물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다.

당시 강원 원주시 흥업면 사제리 광터교차로에서 광터 방면으로 좌회전하던 B씨의 차는 황색신호임에도 제한 속도를 18㎞나 초과해 시속 98㎞로 문막 방면으로 직진하는 C(65·여)씨의 아반떼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조수석에 탑승했던 A군이 숨졌고 어머니 B씨는 32주간 치료를 해야 하는 부상을 입었다.

수사 기관은 황색신호로 바뀌었음에도 제한속도를 위반해 교차로에 진입하고,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가해 운전자 C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검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폐쇄회로(CC)TV 영상 감식으로 안타까운 사실을 파악했다.

사고 교차로에 설치된 4색 신호등 중 직진 신호 이후 직좌 동시 신호가 있었어야 했지만 정작 좌회전 신호(←)는 켜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좌회전 차로에서 대기 중이던 B씨의 화물차는 직좌 동시 신호를 두 차례 건너뛰어 8분가량 정차했다. 이후 세 번째 시도 끝에 정상적으로 좌회전을 하다가 C씨의 신호 위반 차량과 충돌했다.

경찰은 사고가 나기 사흘 전 원주시청에 해당 신호등이 고장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했다. 원주시 역시 곧바로 보수업체를 보냈다.

그러나 해당 업체가 점검할 때는 고장이라고 판단하지 않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1심 법원인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가해 운전자 C씨에게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박 부장판사는 "신호와 제한속도를 위반한 과실로 너무 중대하고 회복 불가능한 사고가 났다"면서 "다만 당시 B씨의 화물차 진행 방향 신호기의 고장이 아니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