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선관위 채용·인사·복무 비리 만연…27명 수사 요청"

입력 2024-04-30 16:22:11 수정 2024-04-30 21:41:10

본인 자녀 채용 청탁 행위 빈번…선거철 경력채용 주로 활용
2013년 이후 규정 위반 800여 건 달해…증거 인멸·은폐 시도까지

감사원 외부전경. 연합뉴스
감사원 외부전경. 연합뉴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30일 선관위 내부에서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이들은 형법상 직권남용,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증거인멸과 청탁금지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김사원은 지난해 5월 선관위 사무총장 등 고위직 자녀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이후 그간 외부감시·통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선관위 친인척 채용을 포함, 조직·인사 운영 전반을 점검해 이같은 사항을 적발했다.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경쟁채용(경채)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

경채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지방 공무원을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전형이다.

감사원은 선관위 특혜 채용이 주로 지역 선관위 경채에서 발생한 정황을 파악하고 2013년 이후 시행된 경채 167회 과정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모든 회차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 감사원이 확인한 위반 건수만 800여 건에 달했다.

직원 자녀만 비공개 채용, 친분이 있는 내부 위원으로만 시험 위원 구성, 면접 점수 조작·변조, 법령상 필요한 지자체장 전출 동의 요건을 고의로 무시하거나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등 위법·편법이 동원됐다.

예를 들어 지방 A선관위는 2021년 7월 경채에서 소속 간부 직원이었던 B씨 자녀가 응시한 사실을 알게 되자 응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은폐하고 서류 시험에 부당 개입해 합격 처리했다.

B씨 자녀가 면접 결과 1순위로 합격하자 소속 기관 전출 부동의에도 의원면직하게 한 다음 임용을 강행했다.

이들 채용 비리 연루 선관위 전·현직 직원 자녀들은 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인 만큼 여전히 재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 비리 관련자들이 국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앞선 자체 특별감사를 말 맞추기 기회로 이용하는 등 증거 인멸과 은폐 시도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선관위의 채용 외 조직·인사 분야에서도 심각한 복무 기강 해이, 고위직 늘리기를 위한 방만한 인사 운영과 편법적 조직 운영, 유명무실한 내부통제 운영 등 실태가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입장문을 배포해 "지난해 5월 자체 특별 감사에 따라 전 사무총장과 차장 등 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고 9월에는 국가권익위원회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엄중 조처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채용 공고 없이 1인이 응시한 뒤 합격자가 선정되는 '비(非) 다수인 경력 채용' 제도를 폐지하고 시험 위원이 응시자와 친인척 관계가 있을 경우 회피할 수 있는 절차도 도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