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동산 '미분양 폭탄' 여파…농협 부실채권 1년새 2배↑

입력 2024-04-28 18:30:00 수정 2024-04-28 19:32:05

지난해 말 대구 33개 지역농협 고정이하여신 6천467억원
전국 평균 3.03% 상회, 2011년부터 13년간 가장 높은 수준
농협, 채권 매각·담보물 경공매 등으로 자산건전성 관리

대구 북구 대현동 농협중앙회 대구본부 사옥. 정은빈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농협중앙회 대구본부 사옥. 정은빈 기자

대구 지역농협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NPL)이 1년 만에 2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여파로 상호금융권 대출 부실률이 급등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2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구 33개 지역농협의 고정이하여신은 6천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여신 15조6천74억원에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4.14%다. 지난 2022년 12월 말 고정이하여신 3천235억원(2.07%)보다 3천231억원, 2.07%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전국 농협 평균치(3.03%)보다는 1.11%p 높았다.

지난해 대구 지역농협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금감원 통계로 조회할 수 있는 2011년부터 13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이 늘었다는 건 농협이 취급한 여신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이 커졌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은 여신 상태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하는데, 여기서 고정 이하에 해당하는 여신을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농협은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여러 농협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공동대출'을 중심으로 부실채권이 늘었다고 판단했다. 공동대출은 비조합원인 대출자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사업을 위해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형별 대출 규모를 보면 비조합원 대출이 6조8천411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절반에 가까운 43.8%를 차지했다. 준조합원 대출은 6조1천326억원(39.2%), 조합원 대출은 2조6천314억원(16.8%)이었다.

특히 현실적으로 관리가 어려운 원거리 대출에서 부실률이 높아진 것으로 농협은 보고 있다. 금융권 전반에서 대출 연체율이 오르면서 경·공매 물건이 적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역경기 영향도 있지만, 부동산 호황기에 나간 대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연체율이 많이 오른 상황으로 보인다"며 "대출이 부동산 분야로 몰리다 보니 분양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대출금을 회수할 방법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농협은 대출 부실화에 대비해 작년 대손충당금을 전년보다 432억원 확대한 4천985억원을 적립했다. 규정상 요구되는 적립액 대비 139%다. 그 여파로 당기순이익은 699억2천만원으로 253억3천만원 감소를 기록했다. 농협은 자산관리회사 등을 통한 부실채권 매각, 담보물 경·공매 등으로 자산건전성을 관리할 계획이다. 금감원도 내달 중순부터 농협 조직에 대한 정기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