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터뷰] 대구툰 워효 작가 "사투리 입힌 웹툰, 전국구 호응 억~수로 감사합니다"

입력 2024-04-28 13:27:33 수정 2024-04-28 17:26:39

인스타그램에서 대구툰을 연재 중인 이원오 작가. 대구툰은 대구에서 사는 주인공의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대구툰을 연재 중인 이원오 작가. 대구툰은 대구에서 사는 주인공의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역 가수는 사투리로 노래를 하고, 지역 작가는 사투리로 소설을 쓰고, 지역 배우는 사투리로 대사를 하면 어떨까.' 고백하자면 기자는 대구 토박이다. 그리고 한때 이런 엉뚱한 상상까지 해봤다. 표준어가 기준인 세상에 대한 반항 혹은 객기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객기라뇨! 저는 사투리로 그림을 그리는 걸요?" 워효 작가로 활동 중인 이원오(35) 씨가 소리친다. 이 씨의 웹툰 속 주인공들은 사투리를 쓴다. 대구가 배경이고, 대구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담았다. "지역 이야기인데 사투리를 써야 실감나고 재밌지 않나요"

-웹툰 제목까지 '대구툰'이더라. 대구 사람으로서 참 반가웠다.

▶대구툰의 주인공은 '워효'와 '리미'인데, 이 둘은 모두 대구 사람이다. 워효와 리미가 대구에서 살아가며 겪는 일들을 만화로 그려냈다.

-그러고 보니 작가님과 캐릭터의 생김새가 매우 흡사하다.

▶워효 캐릭터를 보면 2등신이지 않나. 내가 지금은 살이 쪘지만 과거에는 엄청 말랐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머리는 매우 크기에 별명이 숟가락이었다. 캐릭터도 숟가락을 형상화한 캐릭터다. 그래서 얼굴 색깔도 회색이다.

-대구툰은 일반적인 웹툰과는 조금 다르더라. 평면적 만화가 아닌 음성도 나오고 캐릭터도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방식이던데.

▶ '대구툰'은 기존 만화의 형식에 음성을 입힌 것이다. 기존 만화가 말풍선으로 캐릭터의 이야기를 전달했다면, 대구툰은 더빙된 음성으로 전달한다. 더빙을 하고 나니 평면적 그림으로는 맛이 살지 않아 만화 또한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게 제작 했다.

-더빙은 직접 하는건가

▶당연하다. '워효'는 제가, '리미'는 여자친구가 직접 더빙을 맡는다. 사투리는 말풍선 속 활자만으로 맛이 살지 않는다. 사투리에는 특유의 높낮이와 음의 길이가 있지 않는가. 이를 살리기 위해 더빙을 했다.

-움직이지 않고 말도 하지 않는 만화에 비해 '대구툰' 작업은 손이 더 많이 갈 것 같다.

▶당연하다. 대구툰을 보고 '영상툰' '더빙툰'이라고 하는데 제작 과정이 꽤 복잡하다. 우선 스토리를 짜고 시나리오를 쓴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 대로 더빙을 하고 음성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그린다. 이후 자막과 제목 작업을 한다. 그림을 움직이게 만들려면 그 움직이는 단위 단위를 다 작업 해야 한다. 손이 많이 가지만 평면 만화보다 훨씬 실감 난다.

워효 작가
워효 작가 '대구툰'의 일부.
워효 작가
워효 작가 '대구툰'의 일부.
워효 작가
워효 작가 '대구툰'의 일부.

-워효와 리미가 나누는 대화들이 대구 사람이라면 공감할 법한 내용들이라 참 재밌다. "대구 사람들은 옷이 작을 때 '쫑긴다'라고 한다"라는 사투리 시리즈나 우방랜드냐 83타워냐를 두고 나이를 측정하는 대구 사람들만의 법칙을 알려주는 에피소드들 재밌게 봤다.

▶고맙다. 대구 사람이라면 알만한 이야기들을 다루니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대구대·대구가톨릭대·대구 한의대는 대구에 없는데 경북대는 대구에 있는 희한한 대구의 모습도 우리가 다들 아는 이야기지 않는가. 이 게시물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타 지역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

▶신기해 하기도 하고, 재밌어 하기도 한다. 사투리가 그저 억세고 강한줄만 알았는데 그 속에 이렇게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은 줄 몰랐다며 편견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타지팬 이야기를 하니 최근에 올린 게시물이 생각난다. '인종차별' 이라는 에피소드인데 한 외국인이 스타벅스가 한국에도 있냐고 묻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컷은 대구에도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서울 사람의 모습을 담았다. 이 에피소드는 타지역 사람들에게 호응이 많았다. 대구가 완전 시골인 줄 아는 윗지방 사람들이 많지 않는가. 그들에게 어찌보면 일침을 날린 게시물이었다. (하하)

-그러고 보니 사투리를 맛깔나게 잘 쓰시는 것 같다.

▶원래도 조금 심하다. 부모님 두분 다 영천 출신이시라 정말 심한 사투리를 듣고 자랐다. 하지만 그에 대한 악플도 가끔 달린다. 예를 들어 "대구사람은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은지~' 라고 한다"라는 게시물을 두고 여러 동네 사람들이 몰려 왔었다. "우리는 '어언지~'라고 하는데요?" 라는 분도 있었고, '은제~'가 맞다는 분도 계셨다.

동네마다 사투리가 조금씩 다르지 않는가. 표준 국어사전에 등록된 것도 아니니 논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댓글에 꼭 달리는 말이 있다. "작가님 솔직히 말하세요. 대구 사람 아니죠?"

-이런 논쟁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요즘 워낙 가짜 사투리가 많아서 그런건가. 미디어에서 어쭙잖은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가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말하자면 나는 진짜 대구 사람이다. 대구 토박이고. 심지어 부모님이 영천 사람이다. 영천 사투리 심한건 다들 아실거라 믿는다.(웃음)

-대구 이야기도 그렇지만 사회 풍자 에피소드도 많더라. '순살 치킨이 비싼 이유'라는 게시글에 무릎을 탁 쳤다. '아파트도 순살이 더 비싸다' 라는 풍자가 재밌었다.

▶예전에 시민단체 일을 했었고 평소 사회에 워낙 관심이 많다. 하지만 웹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재미를 위해,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의 이유가 많다. 그래서인지 사회풍자 게시글이 인기가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종종 이런 게시물을 올리는 이유는 그냥 내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잼버리 사태나, 기부를 한 연예인에게 왜 그것밖에 하지 않았냐고 악플이 달렸던 사건 등 여러 이야기들을 다뤘었다.

대구툰을 작업 중인 워효 작가. 스토리를 짜고 시나리오를 쓴 뒤 더빙을 한다. 그리고 그 음성에 맞춰서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자막과 제목 작업을 한다. 평면 만화보다 손이 훨씬 더 가는 작업이다.
대구툰을 작업 중인 워효 작가. 스토리를 짜고 시나리오를 쓴 뒤 더빙을 한다. 그리고 그 음성에 맞춰서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자막과 제목 작업을 한다. 평면 만화보다 손이 훨씬 더 가는 작업이다.

-평소에도 순발력이 있는 편인가. 대구툰은 임팩트가 필요한 숏품(짧은 분량) 형태다. 대부분 에피소드가 1분 남짓이지 않는가. 그렇기에 작가님의 재치와 순발력이 스토리의 생명일 것 같다.

▶순발력은 없지만 재치는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아 아까전에 이말 했으면 진짜 웃겼을텐데…" 라며 집에 가서 후회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웹툰은 라이브가 아니지 않는가. 그때그때 아쉬웠던 나의 재치들을 웹툰에 많이 써먹고 있다.

-워효 작가님에 대해서도 궁금해진다. 본업이 웹툰 작가는 아닌 것 같던데.

▶본업은 디자이너다. 책에 들어가는 일러스트나 영화 포스터 작업을 한다. 최근에는 국가 관광프로그램에 디자인을 맡아서 했다.

-웹툰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진건가.

▶고교시절 만화를 그리는 걸 좋아했는데, 그 만화들을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올리곤 했었다. 당시는 웹툰이라는 개념도 없을 때다. 그러다 디자인 쪽으로 진학을 해서 쭉 일을 해왔는데 어느 순간 조금 지치더라. 이쪽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데 디자인을 하게 되면 전적으로 고객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그때 만화가 생각이 많이 났다. 내가 좋아하고 마음대로 자유롭게 끄적이던 그 만화 말이다.

-앞으로의 대구 이야기들도 기대해봐도 되겠나.

▶무궁무진하다. 대구 사람으로 살아가며 겪는 이야기들이 모티브가 되다 보니 소재가 다양하다. 아, 사연 제보도 적극 받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기대해 달라.

머리를 다듬고 싶을 땐 '고라주세요~', 별로라고 말하고 싶을 땐 '파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올라온 새로운 에피소드. 기자는 다시 한 번 깔깔 대며 웃는다. 하지만 종종 달리는 의외의 댓글에 놀라기도 한다.

"대구 사람이지만 사투리를 잘 모른 다는 댓글들도 많아요. 사투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겠죠. 사투리는 지역 문화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지역 문화인으로서, 대구툰으로 잘~한 번 지켜나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