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에 유산상속 강제' 유류분 제도 위헌…47년 만에 개정 수순

입력 2024-04-25 17:24:01 수정 2024-04-25 20:32:26

"패륜적인 행위 일삼은 상속인 유류분 인정…국민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형제자매에게 유산상속 강제'는 유류분 제도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연합뉴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형제자매에게 유산상속 강제'는 유류분 제도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연합뉴스

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형제·자매에게 일정 비율의 상속 금액을 보장해주는 유류분(遺留分)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 따라 상속분을 법으로 강제한 유류분 제도가 47년 만에 대폭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헌재는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피상속인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4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헌재는 피상속인의 부모, 자녀 등 직계 존·비속과 배우자에 대한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3호에 대해서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특정인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 또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법의 효력은 당분간 유지하되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내년 말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게 된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또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 재산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된다"며 "기여상속인이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에 응해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민법은 유류분 제도에 따라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법정상속분)을 정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이에 따라 배분하고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았다.

이는 지난 1977년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로 도입됐다. 도입된 뒤 한 차례 개정 없이그대로 유지됐으며 지난 2010년과 2013년에도 모두 합헌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사회 변화에 따라 개정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 2019년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